지난주의 제15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50년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정권교체가 이뤄져 잘만하면 화합과 단결의
새로운 국가질서를 형성하고 경제적으로는 IMF 체제의 어려움을 보다 빨리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새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변혁이 불가피하다.

증권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질서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서는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먹고 사는 곳이다.

이때문에 당장 눈앞의 현실이 어렵더라도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강할
경우 주가는 힘찬 도약을 이룩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앞으로 닥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현상이 초래되기도 한다.

가시화되지 못한 미래에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움추려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속성탓으로 때로는 주식시장은 변화를 싫어하는 곳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증권시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료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유보나 무기명장기채 발행등의 금융실명제 보완대책도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물론 환률과 금리가 폭등세를 지속하고 상장기업의 부도소식이
꾸준히 이어지는등 어려운 경제여건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권교체와함께 불가피할 새로운 변화의 방향과
강도를 아직까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이후의 주식시장에 사소하나마 재미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거결과의 발표와함께 호남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의 주가가 두각을
나타내고 영남권 기업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거 다음날부터 금호그룹이나 해태그룹 그리고 신원 나산 전북은행
대신증권 등 호남연고 기업의 주식들이 오름세를 탓다.

충청은행을 비롯한 충청도 기업들도 함께 강세를 보였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대통령 당선 확정에 대한 증권시장의
첫반응이라고도 할 수있다.

주식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씁쓸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투자패턴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요 이같은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한 증권시장의 선진화도 기대할 수없기 때문이다.

화해와 관용의 새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미흡하다고도 하겠다.

호남출신 대통령이 나온만큼 호남기업이 특혜를 받고 또 주가도
올라가게될 것이라는 식의 단순논리로는 주식투자에서 결코 성공을 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이후의 호남연고 주식 강세현상은 뚜렷한 호재성 재료를
찾기 어려운 최근의 시장 분위기 때문에 나타난 한때의 얘교스런
헤프닝으로 생각하고 싶다.

세상살이가 힘든 것이라면 때로는 엉뚱한 일로 한번쯤 웃어 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 증권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