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승리를 자축할 겨를도 없이 IMF금융지원이란
최악의 상황속에 신음하는 경제를 살리는 작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승자의 영광을 누리기보다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고통의 감내와
단합을 호소해야 하는 고난의 임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 선두에 서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면
무엇보다 국가재건의 사명감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깨끗한 정치, 투명한 경제의 구현을 통해 나라의 틀을 쇄신해야 한다.

세계사의 흐름을 직시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국민에게
쓴 약을 먹일줄도 알아야 한다.

당선자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유리한 조건의 외자도입을 늘리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직접 경제외교에 나설 것을 제의한다.

당선자는 올 연말 외환수요에 비해 가용외환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히
파악, 만일 부족할 것으로 추정될 때는 IMF가 새로 도입한 긴급융자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 자금은 단기차입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 지원토록
되어있다.

대내적인 신용공백과 추락할 대로 추락한 대외신인도를 그대로 놔두고는
경제위기 타개책을 찾을 수 없다.

그 1차적 노력은 국제통화기금(IMF)정책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가 추진해야 할 금융구조조정, 기업 지배구조개선등
경제구조개혁의 구체적 일정 기준방법 등을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다.

국제금융기구와 외국투자자들의 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대응전략을 돕기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는 금융 외환위기만이 발등의 불은 아니다.

저성장과 장기적 경기침체, 기업의 흑자부도와 대량실업,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금융에 발목잡힌 수출등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럴때 일수록 부문별 위기관리대책과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과 국민이 새로운 정치적 리더쉽을 믿고 따라오게 된다.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회생은 불가능하다.

경제위기 관리를 위한 단기처방은 물론 구조조정, 개혁입법, 정부조직개편
등의 과제도 현 정권의 도움없이는 제때에 추진하기 어렵다.

국민 또한 국난극복을 위해 이 어려운 시기에 나라운영을 맡게 된 당선자의
분발과 용기를 촉구하면서 아울러 국민이 힘을 합쳐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최재경 <대검찰청사무국>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