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국가부도로 치닫는 파국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
(IMF)과 미국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모두를 살리려다 모두 죽는 만큼 부실금융기관을 빨리 정리하고 IMF와의
합의 정신에 따라 산업구조조정을 즉각 단행하라는 지적들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현재의 외환위기를 전임정권의 문제로 돌리지
말고 당장 새로운 경제팀을 구성해 개혁작업에 중심축을 구축한 다음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직접 정상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동세 KDI원장은 이날 열린 경제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개별 은행이나
기업을 모두 살리려다간 오히려 나라 전체가 망할수 있다"며 "사자가 덮치면
사슴 한두마리는 희생해야 평화가 온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원장은 IMF와의 협의는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협상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혁을 단행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우리가 할수 있는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대통령 선거기간동안 시간만 허비한 결과
파국적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지금은 말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인 만큼 대대적인 개혁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외국의 투자가들에게는 현정권의 담당자들이 무어라고 말해도
신뢰도를 상실한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현재의 난국은 수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경제팀을 조속히 구성하고 정권담당 세력들이 개혁을 추진
해야 외국에서도 믿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들은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발표한 공식성명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의 정부당국이 취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지원책이 스스로
대외신용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해외채무 협상에 개입
하는 방법으로는 국제신뢰를 얻을수 없다고 못박았다.

철저한 시장경제논리로 돌아가라는 차가운 경고인 셈이다.

이와 관련,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부가 부실은행을 지원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파산이 불가피한 곳은 파산시키고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들어와 경영을 잘해 준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세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지금은 반외세적인 자존심을 낮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상태가 지속되면 1~2주후엔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즉각적인 폐쇄와
김 당선자가 개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빨리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