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부족사태가 심화되면서 일각에서 우리나라가 결국 모라토리엄
(대외지불유예) 선언이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달러부족으로 외채상환을 하지 못하더라도 은밀한 의미에서
모라토리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라토리엄이란 정부의 해외부채나 국가가 지급보증한 원금 내지 이자상환
을 일시정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채의 대부분(70%이상)이 기업이나 일반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차입한 것이고 최근 상환불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민간외채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나 일반 금융기관이 제때 외채를 갚지 못할 경우에는 국제적
부도로 처리된다.

국내에서 기업이 은행에 빚을 갚지 못해 부도를 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포철등 국영기업이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외채를
기한내에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한 정확한 의미에서
모라토리엄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은 그동안 관행상 정부의 보증을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언
한바 있어 국내 민간금융기관의 상환불능은 곧바로 정부의 상환불능을 의미
하는 것이어서 넓은 의미로는 모라토리엄이라고 할수 있다.

통상 공적차관의 상환불능을 의미하는 모라토리엄이 발생하면 일명 파리클럽
이라고 불리는 해외채권 금융기관과 정부가 IMF의 중재아래 상환유예기간
이자나 부채탕감 등 융자계약 전반에 대한 재조정(리스케줄링)협상을 벌이게
된다.

새로운 융자계약은 MYRA(다년도 상환연장계약)이라고 불린다.

지난 82년 멕시코의 경우에는 모라토리엄 선언이후 리스케줄링에 대략 1년
6개월이 소요됐다.

반면 일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대외채무불능시에도 해외채권금융기관과
채무불능을 선언한 기업이나 금융기관 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지고 된다.

이는 통상 ''런던클럽''이라고 불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만약 외채 상환불능에 빠지게 되면 초기에는 런던
클럽에만 가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결국엔 파리클럽에도 갈것이다.

당장 공적차관 상환이 직접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가 지급보증을 약속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모라토리엄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