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의 주요언론들은 23일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은 터무니없는 평가라며 의문을 표명했다.

이들 언론은 또 아시아지역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본드(쓰레기채권)
수준으로 격하시켜 외국투자가들의 투자인출 사태가 발생하면 이 지역의
금융위기는 외채상환유예 상태에 이를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파이낸셜타임스 ]]

국제금융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인도네시아와 태국
수준으로 격하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치-IBCA의 크리스토퍼 헌즈 대표는 "한국경제는 여전히 견실하다"고
전제, "아시아국가들이 외채위기에 직면해있으나 그렇다고 한국을 다른
동남아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력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정크수준까지 끌어내린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한후 "한국의 유동성위기는 심한 정도이긴하나 대통령당선자가
IMF계획을 지킬 것이 확실하고 연말까지 국채매각 등을 통해 90억달러
이상의 외화가 유입돼 인도네시아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아시아국가들의 이같은 신용평가 하락으로 주요 연기금
등이 아시아지역 투자분을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주재한 외국계 은행들은 부채상환유예(모라토리엄)에 대비,
투자철수를 고려하고 있어 "대학살"사태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 조성근 기자 >

[[ 월스트리트저널 ]]

한국의 금융.외환위기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현대 삼성 등 대기업그룹
들까지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 정통한 영국계 증권회사 ING 베어링사의 자료를 인용,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현대전자가 업계 전반의 과잉 투자와
그에 따른 가격 하락의 여파로 올해 4백46억원의 적자를 입을 것으로 내다
봤다.

베어링사는 현대전자가 작년에는 7백1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올들어
수지가 악화되면서 6월말 현재 단기 부채가 3억3백만달러에 육박, 순자산
부채비율이 6백84%로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항공업계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56억달러의 부채 가운데 90%가 달러표시로 돼 있어 최근의
원화 환율 급락으로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오른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보유기를 대거 처분하고 있는 데 이어 국내선의
경우 주스와 청량음료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비상 경영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형 항공기를 대거 도입해 온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두 항공회사가 합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환율 하락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올해 1천7백30억원,
내년에는 최소한 4백7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ING 베어링증권은
전망했다.

더욱이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중에만 1백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그룹
계열사 삼성항공에 3조1천억원의 지급보증을 함에 따라 더욱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CNBC-TV ]]

22일 플레밍 라슨 IMF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 "무디스사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신용등급평가를 하향조정한 것은 이 지역의 금융위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 가진 긴급회견에서 "신용등급하락은 곧
이들 국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로 인해 이 지역의 금융위기사태가 더욱 복잡한 양상
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슨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IMF는 아시아금융위기가 내년에는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조심스런 낙관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 로스앤젤레스=양준용 특파원 >

[[ 워싱턴 포스트 ]]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외환위기를 모면하려는
한국정부의 계획이 장애물에 봉착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정부가 향후 수개월동안 세계자본시장에서 1백억달러
가량을 차입할 계획이었으나 한국 채권은 이제 위험부담이 높은 ''정크''
수준으로 낮아져 외국은행이나 보험, 투자신탁회사들의 매입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신용등급이 낮아짐에따라 한국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한국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수익률은 22일 13%로 불과 두달전에 비해
갑절로 치솟았다고 포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한국산업은행은 과거 신용등급이 투자대상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각했기 때문에 이미 발행한 채권중
일부를 상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