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23일 발표한 은행소유구조 개편방안은 외국은행의 국내은행
인수.합병(M&A)을 본격적으로 예고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금기시돼 왔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적이나마 가능하도록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재경원은 특히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은행법 개정안을 상정, 내년 1월말
부터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국제통화기금(IMF) 협의과정에서 약속했던
은행 M&A 허용시기를 대폭 앞당겼다.

재경원은 이번 개편방안에서 내.외국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대폭 확대
하면서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외국은행의 무차별적인 국내은행 사냥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MF 체제하에서 이같은 입장을 견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국내 은행들은 한달뒤부터 당장 거센 파고에 노출될 전망이다.

<> 은행지분 소유 범위 <>

<>외국인 = 현행과 마찬가지로 4%까지는 시중은행 지분을 자유로이 취득할
수 있다.

또 4~10%까지는 포트폴리오 차원의 투자로 간주, 재경원이 앞으로 설정할
기준에만 부합하면 신고만으로 취득이 가능하도록 했다.

10%를 초과해 소유할 경우에는 10%, 25%, 35% 초과시마다 단계적으로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국내은행 이사회의 동의를 거친 우호적 M&A의 경우에는 단계별 구분없이
한꺼번에 이를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재경원은 은행법 시행령에 세계 유수금융기관 해당 여부, 재무상태, 국내
은행부문의 효율성 및 건전성 제고여부 등을 따져 4% 이상 초과소유를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내국인 = 외국인에 대한 은행지분 소유한도 확대와 더불어 내국인에
대해서도4% 이상 은행지분 취득이 허용된다.

다만, 외국인의 지분 참여가 이뤄진 은행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미시티은행이 국내 A은행의 지분을 20% 취득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최소 10% 이상 A은행 지분
소유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국인 지분이 외국인의 지분을 초과할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재경원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외국인의 4% 이상 지분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 내국인이
독자적으로 4% 이상 주식을 취득할 수는 없다.

<>산업자본 = 산업자본의 경우 1개 은행에 대해서만 4% 이상 은행지분
취득이 허용된다.

물론 외국은행의 4% 이상 지분 참여가 이뤄진 국내 은행에 국한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한미은행의 주식을 19%씩 소유하고 있는
삼성과 대우의 경우 다른 은행 주식을 4% 이상 취득하고자 할 경우에는
한미은행 지분을 4% 이하로 낮춰야 한다.

재경원은 산업자본의 범위를 30대 그룹으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나 이를
10대 그룹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산업자본이 4% 이상 출자한 은행에 대해 여신한도를 엄격히 적용,
은행이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은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 예상되는 은행소유 형태 <>

외국은행들은 독자적인 국내은행 소유가 가능해진다.

감독당국의 승인만 얻으면시중은행을 포함한 기존 국내은행의 지분을 최고
1백%까지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자본이 기존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은행
과 합작해야만 가능하다.

외국은행이 4% 이상 지분을 확보한 국내은행에 대해서만 산업자본의 4%
이상 주식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은행은 국내은행을 독자적으로 M&A 할 수 있으나 국내 산업
자본은 이같은 기회가 원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외국은행과 국내 산업자본간 사전 합의에 따른 국내은행 인수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