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의 재경원과 은행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무역업계는 "지금상황에서 유일한 위기탈출구는 수출촉진뿐인데 은행들은
수출 발목을잡고 있고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재경원은 오로지 은행문제에만
매달린채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역업계의 이같은 시각에는 무협 무공등 관련단체는 물론 통상산업부의
관계 실무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재경원은 우리 처지에서 수출과 은행중 어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할지 기본인식부터 바꿔야한다"면서 "지금 그대로가면
은행도 못살리면서 수출도 끝장난다"고 "정책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임창열 부총리및 재경원장관은 지난 23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외환
수급대책을 보고하기에 앞서 "환율이 절하돼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 추세대로면 (내년엔) 경상수지 흑자가 난다"는 식으로 낙관론을
폈다.

종합상사관계자들은 이에대해 "현실을 하나도 모르는 얘기"라면서 일축
한다.

국내은행들이 일람불네고도 안해주는 바람에 바이어이탈이 속출하고
이행보증금을 못내 플랜트수출을 포기하는 판국에 "내년 수출 낙관론"은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통산부도 최근 "동남아경제위기등으로 해외시장상황이 90년대들어 최악이고
태국등 경쟁국통화가치는 원화보다 더 떨어졌기때문에 내년 수출은 크게
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나라 경제를 망치는데 크게 기여(?)한 재경원이
IMF체제에서도 계속 경제정책을 요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면서
"실물경제부처와 산업계, 금융계를 망라한 새로운 팀을 짜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은행의 높은 문턱에 시달려온 중소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신만 살길을 찾는
바람에 결국 전체 수출업체와 관련제조업체가 공멸하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당장 부실은행은 정리하고 제대로된 은행을 통해 정상적인
신용장개설 및 네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선 연세대교수는 "지금처럼 무역금융시스템의 왜곡이 오래가면
환율호재를 잃게 되는 만큼 정부정책이 이 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신원식이사는 "수출이 죽으면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회복은
불가능하게 될것"이라며 "은행을 살리기 위해 수출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무역업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기획팀의 관계자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외채를 갚을 수있는
수단이 오로지 수출대금 이외에는 없다"면서 "현재의 은행경영부실로 인해
수출이 가로막힌 상황이 해를 넘길 경우 우리경제의 위기탈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달들어 수출은 소폭 신장세를 유지하는 반면 수입이 대폭 줄어 12월
한달간 월간기준으로 큰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은행권의 수출입 결제시스템붕괴로 인해 장기흑자기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 이동우.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