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24일 최종현 전경련회장 김상하 대한상의의장
김창성 경총회장 구평회 무역협회회장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경제5단체장 및 원철희 농협중앙회장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협의했다.

이날 오찬간담회는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으며 참석 경제단체장들이
빠짐없이 한번씩 발언을 하는 등 시종 진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배석했던 박선숙 부대변인이 전했다.

식사도중 김 대통령당선자측에서는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주로 얘기를 했다.

간담회에는 김용환 자민련부총재 등 김 당선자측 비상경제대책위 위원
6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 김대중 당선자 =과연 내가 국제통화기금(IMF)를 극복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내가 가려는 길은 철저한 시장경제다.

세계적 경쟁에서 꼭 이겨 달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조체제를 이뤄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사기를 올려주고 노동자는 생산성 향상에 책임져야 한다.

정부 정책수립때 여러분과 상의할 것이다.

일단 정책을 세우면 일관되게 가겠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자유롭게 해달라.

구조개혁도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정부의 지시없이 해달라.

앞으로 수출에 총력을 기하고 외국자본이 투자하도록 노력을 병행하겠다.

민주발전과 경제근대화는 병행돼야 한다.

낙관은 불허하지만 조금만 IMF와 협력하면 현재의 위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박태준 총재 =IMF의 요구는 법과 행동으로 지켜 나가야 한다.

필요한 법이 있으면 만들고 이를 노사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국제금융계에서 우리가 정말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하려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이같은 시각을 고치기 어렵다.

<> 최종현 회장 =5년만에 경제인으로서는 속이 시원한 소리를 들었다.

요즘 경제인들은 할말이 없다.

우리가 잘못해서 이꼴이 된 것이다.

죄인중의 죄인이다.

그러나 나라경제는 무엇보다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우선이다.

흑자를 내면 IMF고,국제금융계고 모두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를 물고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 구평회 회장 =지금 우리나라에 중요한 것은 국력을 다해 외화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을 늘리고 물가를 잡고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한국정부와 IMF측에서 경제성장률 3%를 놓고 협상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가 됐기 때문에 엄청난 대량실업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정치적
지도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고 얘기하더라.

그동안 정부의 귀가 불완전하게 열려 있었다.

정부가 기업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된 면도 있다.

<> 박상희 회장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는냐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를 좀더 많이 해달라.

<> 김용환 부총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업들
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차입경영이 체질화돼 있다.

이같은 관행을 탈피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