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등세를 지속했던 원.달러환율이 24일을 고비로 한풀 꺽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최악의 국면은 피해 갈수 있다는 안도감을 가질수 있게 됐다.

외환시장이 패닉현상에서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외국은행 국내지점장들이 본점의 허가를 받는대로 최대 2백억달러 수준에서
국내 금융기관에 빌려준 부채를 만기연장해 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멕시코도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리스케쥴링을 얻는데 성공, 단기채무상환
부담을 면제받은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조기독립하는데 결정적인
원군노릇을 했다.

일부 우려와는 달리 세계은행(IBRD)및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부터 각각
30억달러, 20억달러의 외자가 유입된데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미국및
IMF의 요구조건을 1백% 수용함에 따라 IMF로부터 약 50억달러정도의 조기
자금지원이 실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달초만해도 국내 금융기관이 외채상환금액중 20%만 자체 해결
하고 나머지는 외환보유고의 신세를 졌으나 최근들어 일본을 비롯한 외국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만기를 연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만기연장 활기 =이달초만 해도 만기도래분의 20%정도만 연장해 주었던
일본금융기관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 22일의 경우 일본의 9개 은행이 만기도래분을 모두 재연장해 주었다.

23일은 천황탄신일로 금융기관이 쉬는 바람에 롤오버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24일 사쿠라은행과 일본장기 신용은행이 만기연장 대열에 추가로 합류했다.

이같이 일본이 협조적인 자세로 전환한데에는 정부가 외교채널을 총동원,
일본 정부에 자금지원 요청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한국이 끝내 국가부도로
이어질 경우 일본 열도 전체가 동반침몰할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기관의 외채2백억달러를 차입을 통해 대신 상환키로
한것도 실질적으로는 만기 연장을 의미한다.

재경원은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를 국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더이상 롤오버를
해줄수 없다는 외은지점장의 불안을 감안, 한은과 직거래형식으로 해결
하기로 했다.

한은의 직접차입도 모두 연내에 이루어지게 된다.

<> 해외추가 차입 =지난 23일 환율이 일시 급등했던 핵심적인 원인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외국 유력언론및 금융기관에서 이같은 평가에 너무 지나친 처사라며
한국편을 들어준 것이 외환시장에 힘이 되고 있다.

재경원은 해외 금융기관의 신디케이트론 협상도 약 50억달러안팎 수준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빠르면 내년 1월중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어떻게 유리한 조건으로 차입하는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경원은 미국이 IMF 협상이후 이행조건 준수에 소홀했던 한국 정부를
낭떠러지 끝까지 몰아세우면서 추가양보를 얻어낸 만큼 자체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도 더이상의 목조르기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IMF 합의에서 제2방어선에 있던 일본의 1백억달러 자금지원도
상황에 따라 내년초로 앞당겨질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경상수지 개선 =한국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이같은 상황을 몰고온 셈이다.

재경원 김석동 외화자금과장은 "최근들어 수입이 감소세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수출신장세가 지속돼 "내년중에는 경상수지가 흑자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투자자들도 이같은 상황호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채권및 주식 투자에
나서 "외자유입->원달러 환율 안정->국내 금리 하락->대외경쟁력 제고"라는
선순환이 이뤄질수 있다.

물론 특정금융기관의 외채불이행및 아시아 통화위기감 확산 등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은 확대될수 밖에 없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