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0월 서울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우리호텔 조깅부가 탄생된지
벌써 10년.

그동안 많은 외국인 투숙객들과 우리 회원이 이른 아침마다 여의도를
가르며 건강을 다진지가 어느새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에 우리 조깅부도 호텔 이름이 바뀜에 따라
"가든조깅부"에서 "홀리데이 인 서울 조깅부"로 바뀌었다.

10년전 우리 종깅부는 마포대교 남쪽의 현재 수영장인 트랙을
서너바퀴도는 정도였으나 요사이는 세모유람선부터 서강대교 왕복코스,
국회의사당 왕복, 성산대교 왕복코스 등 3가지 코스를 선택해서 뛴다.

비오는 날에도 원효대교 밑을 열다섯바퀴정도 뛰어야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될만큼 조깅 중독이 되었다.

조깅을 하고나서 준비해온 과일과 쥬스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데
외국인 투숙객과 직원간의 좋은 친화의 기회도 되고 어학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도 다지니 일석삼조이다.

서울에 자주 오는 우리호텔 단골 투숙객인 뮐러씨는 서울에 머무를 때면
우리 회원과 함께 조깅을 하는 준회원이다.

어느 여름날 우리는 조깅을 마치고 여느때처럼 인삼쥬스를 한컵 따라서
그에게 권했는데 몇모금 마시더니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며 사양했다.

두번째 컵을 내가 마시게 되었는데 인삼의 향도 우유의 부드러움도 전혀
없고 비릿한 것이 역겨운 맛이었다.

다음날 알고보니 그것은 인삼쥬스가 아니라 콩국수 만들려고 갈아 놓은
콩국이었다는 것.

이른 새벽 집에서 나올 때 냉장고에서 잘못 꺼내 가지고 온것이었다.

그후로 뮐러씨는 인삼쥬스를 절대로 마시지 않았다.

요사이도 인삼쥬스를 마실때면 그때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난다.

작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인 마라토너가 우리 호텔에
투숙하였는데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호텔 조깅부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숙소를 바꿔 우리호텔로 왔다고 한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면서 좋은일,잊지못할 일도 가끔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던 어느 초겨울 이른 새벽, 우리 회원이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해 구해준 적이 있었다.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사람을 보고 우리 회원이 뛰어들어가 구조해
나오니 갓난아기를 업은 젊디 젊은 아기엄마였다.

우리회원 모두 가슴이 아팠으며 아기엄마와 아기가 꿋꿋하게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주었다.

우리 조깅부는 대외적인 대회에 자주 출전을 하는데 지난 10월26일
춘천에서 열렸던 조선일보주최 세계 마라톤대회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대회였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의암호를 끼고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시원한 가을바람과 세계유명 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린 그 대회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었다.

그 대회에서 우리호텔 투숙객 토마를 비롯하여 회원 모두 하프코스인
21.1km를 무난히 완주했다.

투숙객 토마는 한국의 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답다며 평생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고 기뻐하여 회원 모두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아침마다 투숙객과 직원이 한마음되어 한강을 가르며 뛰는 우리 조깅부가
88년 올림픽때 창단하여 이제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매일 아침 파이팅을 외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