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이시윤 <전감사원장>..무욕의 공직 3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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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풍의 조용한 성품의 이시윤 전 감사원장이 지난 16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조용한'' 퇴임식을 끝으로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 전 감사원장은 퇴임사 말미에 "''가고, 가고 가버린다(going, going,
gone)''는 것이 인생도정이요, 세상사라는 말이 있다"고 무욕을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인내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그 짐이 무겁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그의 말속에 그가 생각하는 인내와
인생의 의미가 잘 녹아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10회에 합격한 그는 다른 합격자들과는 달리
대학교수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디딘 이색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제 그가 인생의 원숙기를 맞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
[만난사람 = 이건호 정치부 기자 ]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감사원장직에서 퇴임한 소감이 남다를 텐데요.
"감사원장이라는 중책이 나에겐 큰 짐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4년간의 무거운 짐을 벗게돼 아주 시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7년 공직생활에서 물러나게 돼 일말의 서운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저는 원래 대학교수 출신입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대학으로 돌아가 강단에 다시 서볼까 합니다.
또 지난 4년간 국가의 중추기관인 감사원의 책임자로서 봉직해온 만큼
감사원 외곽의 벗으로서, 재임기간중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감사체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생각입니다"
-대학교수와 법관 헌법기관장 등을 두루 역임하셨는데.
"법관은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지만 감사원장은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국가와 사회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공통적입니다.
접근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추구하는 가치질서는 공통적인 셈이죠.
철학자 헤겔이 "이상적인 것이란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상적인
것이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론과 실천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재임기간중 가장 보람있었던 일을 말씀해주신다면.
"감사원법 개정문제가 감사원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감사원법개정을 이루어낸 것이 가장 보람찬 일로 기억됩니다"
-어려웠던 일도 많았을 텐데요.
"한국통신과 한전 등 공기업들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감사활동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들 업체는 당시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어기고 많은 수의 전임노조원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들 기업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과감한 감사를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이 있었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취임이후 강력히 추진해온 부실공사추방 활동은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십니까.
"94년 12월 감사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부실공사의 추방 없이는 세계화니, 선진국진입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공염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모든 감사역량을 부실공사추방활동에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건설업계에서 부실공사 척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차기 감사원장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감사원내 "부정방지대책위"에서 "부패방지기본법안"을 만들었고, 공무원이
받을수 있는 선물의 한도를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렇다할 반응이 없어 관철시키지는 못했죠.
감사원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차기 감사원장의 자격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감사원장 임명에 대한 사항은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소관사항입니다.
다만 감사원장은 청렴결백하고,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낭비없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집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IMF 관리체제에서는 감사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IMF 관리체제 아래서 감사원의 감사기능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경제적이고 능률적인 정부운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감사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정부내 불필요한 인력과 기구 예산 등을 절감할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통해 "고비용-저효율"을 뿌리뽑는 방향의 감사가 경제난 등의
상황속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감사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정부의 사정작업이 초기보다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초기에는 "사정과 부패척결"의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고
한다면 후반기에는 소리없이 조용한 감사를 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사정활동을 통한 제재의 강도나 국고낭비사례의 적출및 회수사례 등
질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초기에 비해 사정활동이 후퇴했다고 하는 지적은
옳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직사회의 관행적인 비리로 지적되고 있는 "떡값수수"가 어느정도
사라졌다고 보십니까.
"우리사회의 "촌지문화"는 정경유착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같은 촌지문화를 시정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들과
공존공생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부패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급작스런 천지개벽과 같은 사정활동보다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부패척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감사원의 독립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직속기관의 형태가 의회에 소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제4부"로서 독립헌법기관의 형태가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추세입니다.
따라서 세계적 추세를 좇는다면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제4부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임 이회창 감사원장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저는 부임이후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강조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전임자의 노하우와 경륜을 전적으로 무시한채
독단적인 시책을 펴면서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양해야할 행정풍토입니다"
-앞으로 정계에 입문하실 생각이나 제의는 없었습니까.
"현재로선 생각도 없고 제의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도 그렇지만 각자의 몫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위고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 그자리에서
제몫을 하는 사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계에는 관심도 없고 그쪽에서도 저를 불러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 웨이"를 가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
마치고 ''조용한'' 퇴임식을 끝으로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 전 감사원장은 퇴임사 말미에 "''가고, 가고 가버린다(going, going,
gone)''는 것이 인생도정이요, 세상사라는 말이 있다"고 무욕을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인내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그 짐이 무겁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그의 말속에 그가 생각하는 인내와
인생의 의미가 잘 녹아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10회에 합격한 그는 다른 합격자들과는 달리
대학교수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디딘 이색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제 그가 인생의 원숙기를 맞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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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이건호 정치부 기자 ]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감사원장직에서 퇴임한 소감이 남다를 텐데요.
"감사원장이라는 중책이 나에겐 큰 짐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4년간의 무거운 짐을 벗게돼 아주 시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7년 공직생활에서 물러나게 돼 일말의 서운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저는 원래 대학교수 출신입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대학으로 돌아가 강단에 다시 서볼까 합니다.
또 지난 4년간 국가의 중추기관인 감사원의 책임자로서 봉직해온 만큼
감사원 외곽의 벗으로서, 재임기간중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감사체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생각입니다"
-대학교수와 법관 헌법기관장 등을 두루 역임하셨는데.
"법관은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지만 감사원장은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국가와 사회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공통적입니다.
접근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추구하는 가치질서는 공통적인 셈이죠.
철학자 헤겔이 "이상적인 것이란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상적인
것이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론과 실천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재임기간중 가장 보람있었던 일을 말씀해주신다면.
"감사원법 개정문제가 감사원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감사원법개정을 이루어낸 것이 가장 보람찬 일로 기억됩니다"
-어려웠던 일도 많았을 텐데요.
"한국통신과 한전 등 공기업들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감사활동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들 업체는 당시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어기고 많은 수의 전임노조원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들 기업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과감한 감사를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이 있었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취임이후 강력히 추진해온 부실공사추방 활동은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십니까.
"94년 12월 감사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부실공사의 추방 없이는 세계화니, 선진국진입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공염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모든 감사역량을 부실공사추방활동에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건설업계에서 부실공사 척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차기 감사원장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감사원내 "부정방지대책위"에서 "부패방지기본법안"을 만들었고, 공무원이
받을수 있는 선물의 한도를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렇다할 반응이 없어 관철시키지는 못했죠.
감사원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차기 감사원장의 자격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감사원장 임명에 대한 사항은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소관사항입니다.
다만 감사원장은 청렴결백하고,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낭비없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집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IMF 관리체제에서는 감사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IMF 관리체제 아래서 감사원의 감사기능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경제적이고 능률적인 정부운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감사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정부내 불필요한 인력과 기구 예산 등을 절감할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통해 "고비용-저효율"을 뿌리뽑는 방향의 감사가 경제난 등의
상황속에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감사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정부의 사정작업이 초기보다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초기에는 "사정과 부패척결"의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고
한다면 후반기에는 소리없이 조용한 감사를 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사정활동을 통한 제재의 강도나 국고낭비사례의 적출및 회수사례 등
질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초기에 비해 사정활동이 후퇴했다고 하는 지적은
옳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직사회의 관행적인 비리로 지적되고 있는 "떡값수수"가 어느정도
사라졌다고 보십니까.
"우리사회의 "촌지문화"는 정경유착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같은 촌지문화를 시정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들과
공존공생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부패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급작스런 천지개벽과 같은 사정활동보다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부패척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감사원의 독립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직속기관의 형태가 의회에 소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제4부"로서 독립헌법기관의 형태가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추세입니다.
따라서 세계적 추세를 좇는다면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제4부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임 이회창 감사원장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저는 부임이후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강조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전임자의 노하우와 경륜을 전적으로 무시한채
독단적인 시책을 펴면서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양해야할 행정풍토입니다"
-앞으로 정계에 입문하실 생각이나 제의는 없었습니까.
"현재로선 생각도 없고 제의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도 그렇지만 각자의 몫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위고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 그자리에서
제몫을 하는 사람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계에는 관심도 없고 그쪽에서도 저를 불러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 웨이"를 가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