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라 하여 매년 3~4월 춥고 배고픔이 항상 같이 있었던 시절,
1950년대에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소꿉동무 13명이 40년이 지나 지난
90년 모임을 만들고 함께 운동을 시작한 것이 어언 7년이 지났다.

제주북초등학교를 60년에 졸업한 50회 동창생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이름하여 "오북회"라 명칭한 모임이 그것이다.

매월 둘째 일요일 제주CC에서 월례대회를 치르면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회원가운데는 서울에 거주하는 동창생도 4명이나 되지만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매월 성황리에 대회를 치르곤 한다.

이렇게 여러해동안 모임을 같이 하다보니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모임을
갖게 되었고 그 횟수도 잦아져 이제는 정례화된 부부간 합동행사도 갖게
되었다.

추석날 달맞이 행사와 연말 송년행사가 그것이다.

이와같이 7년간을 한결같이 별잡음 없이 이어져온 것은 특별한 예의나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은 개구쟁이시절 친구들의 모임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귀밑머리가 희끗희끗,중년의 모습이 완연한 외양을 하고 있건만
한자리에 모이면 모든게 코흘리개로 돌아간다.

이 모임 발기이후 회장자리를 줄곧 고수하고 있는 이경종(대한항공),
"영원한 총무"의 닉네임을 달고 다니는 서동호(대한생명), 누구나 공인하는
우리 모두의 사부님인 김종명(KBS), 필드의 핸섬보이 김희철(현대산업개발),
점잖으면서도 조용한 그러나 승부에는 강한 김봉효(산부인과의사), 눈웃음이
남다른 최기돈, 만능 재주꾼인 현길훈(등대수산), 넉살이 좋은 강태영
(자동차 학원), 유머감각이 탁월한 전동문(치과의사) 등... 이들 모두는
갖고있는 재주나 특성이 무척이나 다양한 그리운 친구들이다.

오히려 한달에 한번 모이는 것이 기다려지는 다정한 얼굴들이다.

금년에는 우리의 소꿉친구이며 회원인 강상민군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 난을 빌려 고인의 명복을 빈다.

IMF 찬바람이 우리 모임에도 스며들어 "매월모임"을 자제하자는 의견들이
많아 모임횟수가 줄것만 같다.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보다 그리움만으로 지내야 할 날들이 많을것 같아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