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내년중 "아시아 독감"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내년중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5~3%보다 0.5%포인트 낮은 2~2.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 올 하반기 이후의 금융위기 여파로 내년중 극심한
침체국면에 빠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 전망과 관련, 미국 경제계가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금리동향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지속돼 온 낮은 실업률과 서비스 부문에서의 임금상승,
높은 소비지출 등이 내년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보아왔다.

이에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년 상반기중
금리를 0.25%포인트 안팎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경제의 갑작스런 붕괴여파로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디플레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금리는 내년에도 큰 변동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고용의 경우는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등
멀티미디어 산업의 "분발"에 힘입어 실업률 5% 이하를 유지하는 등 견실한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기업들의 투자는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부의 인플레 억제책과 세계경제의 부진 및 이에따른 소비지출둔화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하향안정화 가능성이 예상됨에 따라 기업고정투자가 올
4.4분기의 9.6%를 고비로 내년에는 8.7%수준으로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중 미국 경제의 가장 불안한 부문으로 꼽히는 쪽은 무역수지다.

일본 엔화의 절하추세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수출 드라이브 노선을 지속
하고 있는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이들 국가가
강화된 가격경쟁력을 무기삼아 미국 시장을 한층 더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특히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섬유 등의 미국 업계는 이로인해 상당한
경영상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