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기계산업 발전 방향' .. 문제는 '기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수출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든 산업의 모태로 여겨지는 기계산업이 초점이다.
한 해 무역수지적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이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현 경제위기의 유일한 탈출구라는 ''수출입국''의 앞길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IMF 자금지원을 빌미로 98년말까지 유예됐던
수입선다변화제도를 조기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지원이나 보호조치없이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기계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떠한 발전전략을
짜야할지 각계 전문가를 초청,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산업1부장의 사회로
알아보았다.
======================================================================
[[[ 참석자 : 한금태 <삼영기계 사장>
김순 <기계공업진흥회 부회장>
전철환 <충남대학교/경제학 교수>
신현우 <국제종합기계 사장>
한동철 <서울대학교/기계설계학 교수>
서상기 <기계연구원 원장>
송병준 <산업연구원 실장>
김기웅 <사회/산업1부장> ]]]
<>사회 =국내 기계산업의 올해 생산규모는 1백14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정상권에 다가선 것이지요.
그러나 외형에 비해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세계시장에 자랑할 일류제품이 별로 없고 무역적자폭도 큽니다.
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부터 풀어나가야할지 좋은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신현우 국제종합기계 사장 =우리회사는 직조기계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10여년전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들이 도산하여 남아있는
기업들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 기계산업이 이처럼 침체된 원인으로 우선 정부의 잘못된 육성정책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수요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만 봐도 국산기계는 외국산에 비해 여러모로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금도 한정돼 있고 지원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인력도 문제입니다.
기계의 품질은 기능공의 숙련도에 좌우됩니다.
기능인력을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곧바로 스카우트 하니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기능도가 떨어지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내가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사람을 육성해 중소기업에 보내야하는 것 아닙니까.
<>한금태 삼영기계 사장 =중형디젤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회사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동업자가 7~8개사나 됐는데 이제는 모두 쓰러지고 사실상 우리
하나밖에 안남았습니다.
원인은 역시 기술부족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가공 주물 등 기초분야에서도 점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데
따라가는 속도가 부족하고 불량품도 많이 납니다.
<>김순 기계공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기계공업은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업종으로 "규모의 경제"를 논하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계업종이 어려운 것은 판매시장의 부족만이 아닙니다.
업체가 스스로 전문화 등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발전설비가 된다면 우르르 몰려들고 환경설비가 된다면 너도나도
뛰어들기만 했지 기술개발에는 등한했던 것 아닙니까.
<>사회 =문제는 역시 기술력의 낙후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10년전이나 5년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의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비책은 없을까요.
<>한동철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교수 =업계의 기술개발의지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독자개발만을 강조할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시스템을, 중소기업은
핵심기술을 나누어 개발하는 협조체계가 필요합니다.
국내업계가 설계는 못하지만 생산기술은 괜찮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것도 허구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기계를 해외에서 사다쓰는데 생산기술이 뭐가 좋습니까.
설비를 운전하는 기술이 좋을테지요.
생산기술 역시 설계기술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봅니다.
<>신사장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힘듭니다.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국내처럼 고금리상태에선 연 3% 이하의 저금리를 쓰는 일본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공산품에 대한 저가정책도 생각해볼만한 구석입니다.
현재 35마력짜리 트랙터 한대가 국산은 1천5백만원, 일산이
2천8백만원선입니다.
생산원가는 비슷하니 결국 국내업체의 이윤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할 여력이 없지요.
<>한사장 =기술부족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도 자체적인 설계를 못하고 단순조립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라고
기술개발할 여력이 있습니까.
하청을 받아 단순히 제작,납품하는 현구조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적용하기가 힘듭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개방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사회 =기술력의 부족은 결국 국산기계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외국산을 선호하는 수요업계의 풍토도 개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송병준 산업연구원 기계산업연구실장 =국내산업에 정통한 일본전문가
한 분이 일전에 "한국은 기술부족에서 오는 생산성저하를 항상 설비투자로
만회하려 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경제개발시대에는 정책금융지원이 많아 "설비도입=이익"이란 등식이
성립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산업계에 설비투자경쟁이 불었는데 지금 부실화된 기업들은
대부분 이때 과도한 설비투자를 했던 업체들입니다.
외국산을 좋아하는 풍토도 이때 생겨났다고 봅니다.
국내기업들은 무조건 첨단 설비를 좋아하는데 사실 모든 분야에 첨단
설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업체들은 재래식 설비를 갖고도 수지를 맞춥니다.
기업이 자기부담으로 설비투자를 해야하는 시기가 온 만큼 근본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해졌습니다.
<>신사장 =국산기계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직조기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지만 외국에서는
첨단장비로 인정받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밖에 안되는 섬유를 가공하려면 그만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전세계 직기시장을 일본이 휘어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수출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폭발적인 수요가 있습니다.
개별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시장정보 같은 것들을 공공부문이 도와줘야
합니다.
<>송실장 =동감입니다.
무조건 첨단산업만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일찍부터 경쟁력을
갖췄던 업종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은 철강산업이,일본은 조선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이
업종들도 한때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던 업종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무조건 첨단산업을 하기보다는 과거에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졌던 부문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기계산업에 대해 말이 많지만 사실 이만큼 성장한 것도 대견하다고 봅니다.
요즘 기계산업은 3D업종 대접을 받는 모양입니다만 세계기계산업에서
일본 다음으로 경쟁력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그동안 국내 기계산업의 보호장치 역할을 해오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됩니다.
본격적인 글로벌경쟁시대를 맞은 업계의 대응전략은 무엇입니까.
<>김부회장 =개방경제하에서 더이상 정부지원이나 보호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향후 일본경쟁업체들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국내 영업 및 애프터서비스망을 재정비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국내 업체간 또는 일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적극적인 해외수출로 내수시장이 어느정도 잠식당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지요.
<>한사장 =우리도 일본기업처럼 세계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일본에는 연매출이 10억달러를 넘으면서도 자체공장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본사는 엔지니어링능력만 갖춘채 엔진은 스페인에서, 트랜스미션은
동남아에서 공급받는 등 전세계를 상대로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는 한편 하청업체에는 많은 이윤을 보장해
신기술 신제품이 덩달아 개발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상기 기계연구원 원장 =수입선다변화제도는 사실 일본을 염두에 둔
정책입니다.
일본에대한 무역역조가 심하다고 이것만을 겨냥한 단기적 육성책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과 기능인력의 육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IMF 등으로 인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을 받는 만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 =정부는 최근 2000년까지 기계산업을 주력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조언해주시지요.
<>서원장 =기계공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므로 차이점을 정확히 알고
지원하는게 중요합니다.
기계산업은 반짝이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몸에 체득된 경험과
손재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숙련된 기능인을 길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계산업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유난히 중요한 업종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해가야 합니다.
<>전철환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경기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원동력은 금융 디자인 등 서비스업의 육성에 있습니다.
국내 업체는 대부분 설계부문과 제조부문을 한업체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WTO 체제에서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제재를 받지만 연구개발비는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분류도 다시해서 보다 효율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게 필요합니다.
<>김부회장 =모두에 업계에서 수요자금융 문제를 거론하셨는데 이제
외산기계와 국산기계의 차별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도 국산기계에 대한 금융지원을 최대한 해준다는 방침이나 올해엔
경기침체 등으로 책정된 예산도 다 지급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송실장 =이제는 기계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할 때도 단순히 물적
자산만 담보잡는게 아니라 기술인력 등 인적 자산을 믿고 대출해주는
풍토를 조성할 때가 됐습니다.
<>사회 =경제위기시대에 정부와 기업을 잇는 가교로서 기계공업진흥회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기계업계를 대표해 새해 덕담을 해주시지요.
<>김부회장 =국내 기계산업의 진흥을 위해선 해나가야 할 일이 아직도
많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업계가 그어느때보다 공동연구개발 및 부품표준화
등으로 협력하여 힘을 모으는게 중요합니다.
국산기계가 푸대접받는다지만 선진국인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요자와 생산자가 협력해서 국산기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새해의 과제입니다.
본회는 향후 사업방향을 기술개발, 수요자금융, 정보화 등 세가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국산기계의 상설전시장설립, 관세청 등의 도움을 받은 정밀수입통계
작성 등에 힘쓰려 합니다.
업계가 힘을 합쳐 이 위기를 넘긴다면 다시한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리=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든 산업의 모태로 여겨지는 기계산업이 초점이다.
한 해 무역수지적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이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현 경제위기의 유일한 탈출구라는 ''수출입국''의 앞길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IMF 자금지원을 빌미로 98년말까지 유예됐던
수입선다변화제도를 조기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지원이나 보호조치없이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기계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떠한 발전전략을
짜야할지 각계 전문가를 초청,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산업1부장의 사회로
알아보았다.
======================================================================
[[[ 참석자 : 한금태 <삼영기계 사장>
김순 <기계공업진흥회 부회장>
전철환 <충남대학교/경제학 교수>
신현우 <국제종합기계 사장>
한동철 <서울대학교/기계설계학 교수>
서상기 <기계연구원 원장>
송병준 <산업연구원 실장>
김기웅 <사회/산업1부장> ]]]
<>사회 =국내 기계산업의 올해 생산규모는 1백14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정상권에 다가선 것이지요.
그러나 외형에 비해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세계시장에 자랑할 일류제품이 별로 없고 무역적자폭도 큽니다.
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부터 풀어나가야할지 좋은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신현우 국제종합기계 사장 =우리회사는 직조기계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10여년전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들이 도산하여 남아있는
기업들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 기계산업이 이처럼 침체된 원인으로 우선 정부의 잘못된 육성정책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수요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만 봐도 국산기계는 외국산에 비해 여러모로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금도 한정돼 있고 지원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인력도 문제입니다.
기계의 품질은 기능공의 숙련도에 좌우됩니다.
기능인력을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곧바로 스카우트 하니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기능도가 떨어지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내가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사람을 육성해 중소기업에 보내야하는 것 아닙니까.
<>한금태 삼영기계 사장 =중형디젤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회사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동업자가 7~8개사나 됐는데 이제는 모두 쓰러지고 사실상 우리
하나밖에 안남았습니다.
원인은 역시 기술부족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가공 주물 등 기초분야에서도 점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있는데
따라가는 속도가 부족하고 불량품도 많이 납니다.
<>김순 기계공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기계공업은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업종으로 "규모의 경제"를 논하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계업종이 어려운 것은 판매시장의 부족만이 아닙니다.
업체가 스스로 전문화 등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발전설비가 된다면 우르르 몰려들고 환경설비가 된다면 너도나도
뛰어들기만 했지 기술개발에는 등한했던 것 아닙니까.
<>사회 =문제는 역시 기술력의 낙후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10년전이나 5년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의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비책은 없을까요.
<>한동철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교수 =업계의 기술개발의지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독자개발만을 강조할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시스템을, 중소기업은
핵심기술을 나누어 개발하는 협조체계가 필요합니다.
국내업계가 설계는 못하지만 생산기술은 괜찮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것도 허구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기계를 해외에서 사다쓰는데 생산기술이 뭐가 좋습니까.
설비를 운전하는 기술이 좋을테지요.
생산기술 역시 설계기술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봅니다.
<>신사장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힘듭니다.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국내처럼 고금리상태에선 연 3% 이하의 저금리를 쓰는 일본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공산품에 대한 저가정책도 생각해볼만한 구석입니다.
현재 35마력짜리 트랙터 한대가 국산은 1천5백만원, 일산이
2천8백만원선입니다.
생산원가는 비슷하니 결국 국내업체의 이윤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할 여력이 없지요.
<>한사장 =기술부족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도 자체적인 설계를 못하고 단순조립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라고
기술개발할 여력이 있습니까.
하청을 받아 단순히 제작,납품하는 현구조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적용하기가 힘듭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개방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사회 =기술력의 부족은 결국 국산기계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외국산을 선호하는 수요업계의 풍토도 개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송병준 산업연구원 기계산업연구실장 =국내산업에 정통한 일본전문가
한 분이 일전에 "한국은 기술부족에서 오는 생산성저하를 항상 설비투자로
만회하려 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경제개발시대에는 정책금융지원이 많아 "설비도입=이익"이란 등식이
성립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산업계에 설비투자경쟁이 불었는데 지금 부실화된 기업들은
대부분 이때 과도한 설비투자를 했던 업체들입니다.
외국산을 좋아하는 풍토도 이때 생겨났다고 봅니다.
국내기업들은 무조건 첨단 설비를 좋아하는데 사실 모든 분야에 첨단
설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업체들은 재래식 설비를 갖고도 수지를 맞춥니다.
기업이 자기부담으로 설비투자를 해야하는 시기가 온 만큼 근본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해졌습니다.
<>신사장 =국산기계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직조기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지만 외국에서는
첨단장비로 인정받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밖에 안되는 섬유를 가공하려면 그만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전세계 직기시장을 일본이 휘어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수출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폭발적인 수요가 있습니다.
개별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시장정보 같은 것들을 공공부문이 도와줘야
합니다.
<>송실장 =동감입니다.
무조건 첨단산업만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일찍부터 경쟁력을
갖췄던 업종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은 철강산업이,일본은 조선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이
업종들도 한때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던 업종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무조건 첨단산업을 하기보다는 과거에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졌던 부문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기계산업에 대해 말이 많지만 사실 이만큼 성장한 것도 대견하다고 봅니다.
요즘 기계산업은 3D업종 대접을 받는 모양입니다만 세계기계산업에서
일본 다음으로 경쟁력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그동안 국내 기계산업의 보호장치 역할을 해오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됩니다.
본격적인 글로벌경쟁시대를 맞은 업계의 대응전략은 무엇입니까.
<>김부회장 =개방경제하에서 더이상 정부지원이나 보호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향후 일본경쟁업체들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국내 영업 및 애프터서비스망을 재정비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국내 업체간 또는 일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적극적인 해외수출로 내수시장이 어느정도 잠식당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지요.
<>한사장 =우리도 일본기업처럼 세계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일본에는 연매출이 10억달러를 넘으면서도 자체공장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본사는 엔지니어링능력만 갖춘채 엔진은 스페인에서, 트랜스미션은
동남아에서 공급받는 등 전세계를 상대로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는 한편 하청업체에는 많은 이윤을 보장해
신기술 신제품이 덩달아 개발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상기 기계연구원 원장 =수입선다변화제도는 사실 일본을 염두에 둔
정책입니다.
일본에대한 무역역조가 심하다고 이것만을 겨냥한 단기적 육성책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과 기능인력의 육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IMF 등으로 인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을 받는 만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 =정부는 최근 2000년까지 기계산업을 주력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조언해주시지요.
<>서원장 =기계공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므로 차이점을 정확히 알고
지원하는게 중요합니다.
기계산업은 반짝이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몸에 체득된 경험과
손재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숙련된 기능인을 길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계산업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유난히 중요한 업종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해가야 합니다.
<>전철환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경기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원동력은 금융 디자인 등 서비스업의 육성에 있습니다.
국내 업체는 대부분 설계부문과 제조부문을 한업체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WTO 체제에서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제재를 받지만 연구개발비는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분류도 다시해서 보다 효율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게 필요합니다.
<>김부회장 =모두에 업계에서 수요자금융 문제를 거론하셨는데 이제
외산기계와 국산기계의 차별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도 국산기계에 대한 금융지원을 최대한 해준다는 방침이나 올해엔
경기침체 등으로 책정된 예산도 다 지급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송실장 =이제는 기계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할 때도 단순히 물적
자산만 담보잡는게 아니라 기술인력 등 인적 자산을 믿고 대출해주는
풍토를 조성할 때가 됐습니다.
<>사회 =경제위기시대에 정부와 기업을 잇는 가교로서 기계공업진흥회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기계업계를 대표해 새해 덕담을 해주시지요.
<>김부회장 =국내 기계산업의 진흥을 위해선 해나가야 할 일이 아직도
많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업계가 그어느때보다 공동연구개발 및 부품표준화
등으로 협력하여 힘을 모으는게 중요합니다.
국산기계가 푸대접받는다지만 선진국인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요자와 생산자가 협력해서 국산기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새해의 과제입니다.
본회는 향후 사업방향을 기술개발, 수요자금융, 정보화 등 세가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국산기계의 상설전시장설립, 관세청 등의 도움을 받은 정밀수입통계
작성 등에 힘쓰려 합니다.
업계가 힘을 합쳐 이 위기를 넘긴다면 다시한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리=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