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희 < 한국PC게임개발사연 회장 >

내년도 PC 게임시장을 그려보기에 앞서 먼저 올해시장을 돌아보고자 한다.

게임업계의 97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우선 게임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4백50억~5백억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올상반기에 갑작스레 몰아닥친 대형 유통업체의 연쇄부도로 인한
여파가 게임업계 전체를 강타했다.

또 해외 대작게임의 라이선스를 잡기 위한 대규모 유통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로열티 급등, 그에 따른 게임소프트웨어(SW)가격의 전반적인 상승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최근의 IMF파동에 따른 부작용을 더하면 결코 평탄할 수 없었던
한해였음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현시점에서 게임업계의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로
치부될 정도다.

그같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대다수의 국내 게임 제작업체들은 조용히 게임
개발을 준비해왔고 이제부터 그 노력의 결과물들이 하나씩 시장에서 평가받게
된다는 점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올해의 이같은 혼란과 무질서의 흐름은 안타깝게도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IMF 파동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인해 게임
시장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거나 잘해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앞으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해외 게임 대작들의 숫자에 비추어
라이선스 경쟁도 여전할 것이다.

이에따라 국내 제작업체들은 새로운 판매루트를 개척하거나 대형게임 및
다양한 게임제작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에는 게임 제작사들의 해외판로 개척이 다변화할 것으로 예측
되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더이상 늘어나기 힘든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까닭이다.

사실 이같은 시도는 종전에도 있어 왔으나 그 루트가 한정돼 국내에서의
판매부진을 만회할 정도로 규모가 큰 해외시장을 확보하지는 못한
형편이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미국 및 유럽의 유력 유통사들에 판권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이 시도돼야 한다.

일본시장에 대한 공략이나 단순한 유럽시장 상륙 차원에서 벗어나 국내
게임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게임유통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최근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바람에 영향을 받은 국내 게임제작사들의 변신이 주목된다.

롤플레잉게임 위주의 제작패턴이 이제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또
보다 다양한 복합장르의 게임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임에 틀림 없다.

지금의 게임개발사들은 저마다 일정규모를 뛰어넘는 대작게임 제작과 함께
멀티 플랫폼의 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3D기술의 채용이나 멀티플레이 지원 등의 게임 제작패턴 다변화도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없이는 해외시장 개척이나 메이저 유통사들과의 계약이 수월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 게임들이 벌써부터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거나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 게임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한편 내년의 국내 게임시장은 역시 롤플레잉과 시뮬레이션 계통의 게임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전략 시뮬레이션 위주로 흘렀던 게임시장에서 롤플레잉 게임이
잃었던 자기 몫을 어느정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게임전문지들이 조사한 기대순위등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전략 시뮬레이션게임 역시 대작들이 시판을 앞두고 있어 게이머
들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