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외국투자가의 마음을 돌려라..윤병철 <하나은행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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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동안 우리나라는 외국에 진 빚을 어느 나라보다도 성실하게
갚아왔다.
모범 채무국인 이 나라가 하루 아침에 그 빚쟁이들의 외면으로 부도직전에
몰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합작 투자사나 차관을 제공하였던 금융기관이
현재까지 투자 원본이나 원금을 떼 먹히거나,이자를 받지 못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가가 우리를 불신하고 외면하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우리는 그동안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했던
주식투자가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게 된다.
80년대 중반이후 우리경제의 외형적 실적에 매료되어 외국 주식투자가들의
한국증시 개방압력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지난87년 미국인에게
간접투자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허용하였다.
그리고 92년에 가서야 10%를 한도로 직접투자를 허용하여 그들이 우리
시장에 직접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은 초기에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투자 대상물의 희소성으로
상당히 좋은 수익을 누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동안 외부에 가려졌던 우리경제의 운영과 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그들의 불만과 불신이
싹터온 것이다.
경기 부침에 따르는 시세의 등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나
시장원리를 무시한 당국의 시장관리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활용하여
기업이 무모한 신규투자를 결정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에
대하여 주주가 그 권익을 보호받을수 없으면 그들은 참지 못한다.
여기에다 94년이후 경기의 하강에 따라 기업활동의 불황과 증시침체가
지속되어 많을 때는 1백39억달러에 이른 그들의 투자는 커다란 자산가치의
손실을 입었다.
증권투자는 투자자가 스스로 그 위험을 알고 투자하는 만큼 결과에
대하여는 입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나 불성실한 정보공개, 투명하지 못한
정보자료 때문에 적절한 투자판단을 할수 없는 제도와 관행에 대하여는
그들의 손실까지 빗대어 불만을 토로하고 불신을 증폭시킨다.
특히 이들 투자 결정권자들이 세계각국의 불특정 다수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들일 경우에는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의 불만을 수용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뉴욕 월가를 방문한 우리정부 특사에게
"한국에 투자할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이 투자대상의 가치를 투명하게 하고 알수 있도록
해야 투자할게 아닙니까"라고 반문한 어떤 기관투자가의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그들은 일개 투자가이기 보다는 수많은 국제 투자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며 전문금융인으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여 각국
정부에까지 커다란 힘을 발휘할수 있다.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우방의 정부를 통하여 그들 민간 금융기관이나
투자가의 협조를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선진국 정부들은 다투어 친 비즈니스적으로 자세를
바꾸고 있으며 그들이 정부를 움직이는 힘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 IMF와 합의된 구조조정 내용과 추가합의에서 제시된 조건들이
그동안 외국 투자가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여 우리경제를 정상화시키는 길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증권시장에 투자하였던 외국 투자가들의 마음을
돌려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시장에 서둘러 되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이와같은 노력은 그동안 우리가 쌓았던 불신의 벽에 비추어 백마디의
말과 약속보다는 하나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우리의 의지와 각오를 행동으로
보이는 일이다.
이러한 신뢰회복 노력은 정부의 제도와 관행의 확립에 못지 않게
민간기업계에서도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이 보장될수 있는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외형위주의 성장전략보다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수익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감으로써 모든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매력있는 투자대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투자분석가들을 통하여 현장을
확인시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외국 투자가를 위하여 우리 산업을 분석하고 시장의 움직임을
매일매일 보고하여 투자가들의 자금운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의 행동계획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하여 설명도 하고 알려줌으로써 그들을 통하여 세계 각지의
투자가들이 주지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국내 노력을 시발로 정부당국자는 물론 금융및 민간업계가 힘을
합하여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과 투명하고 신뢰할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및
시장관리체의 확립방안을 직접 국제금융중심지에 나가 그곳의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에게 설명하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영향력있는 해외 금융인들이나 실업인들을 초청하여
우리의 개혁노력에 좋은 자문과 충고도 듣고 우리의 실상을 알려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 가치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식투자가들의 확신과 그들의 적극적인 투자야말로 모든
금융기관과 다른 투자가들및 거래고객들의 신뢰를 유도하는 선도적
바로미터가 된다.
외화부족의 탈출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이라면 민간 투자가들의
신뢰 회복과 그들의 투자증진이 우리경제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
갚아왔다.
모범 채무국인 이 나라가 하루 아침에 그 빚쟁이들의 외면으로 부도직전에
몰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합작 투자사나 차관을 제공하였던 금융기관이
현재까지 투자 원본이나 원금을 떼 먹히거나,이자를 받지 못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가가 우리를 불신하고 외면하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우리는 그동안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했던
주식투자가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게 된다.
80년대 중반이후 우리경제의 외형적 실적에 매료되어 외국 주식투자가들의
한국증시 개방압력이 고조되면서 정부는 지난87년 미국인에게
간접투자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허용하였다.
그리고 92년에 가서야 10%를 한도로 직접투자를 허용하여 그들이 우리
시장에 직접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은 초기에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투자 대상물의 희소성으로
상당히 좋은 수익을 누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동안 외부에 가려졌던 우리경제의 운영과 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그들의 불만과 불신이
싹터온 것이다.
경기 부침에 따르는 시세의 등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나
시장원리를 무시한 당국의 시장관리나,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활용하여
기업이 무모한 신규투자를 결정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에
대하여 주주가 그 권익을 보호받을수 없으면 그들은 참지 못한다.
여기에다 94년이후 경기의 하강에 따라 기업활동의 불황과 증시침체가
지속되어 많을 때는 1백39억달러에 이른 그들의 투자는 커다란 자산가치의
손실을 입었다.
증권투자는 투자자가 스스로 그 위험을 알고 투자하는 만큼 결과에
대하여는 입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나 불성실한 정보공개, 투명하지 못한
정보자료 때문에 적절한 투자판단을 할수 없는 제도와 관행에 대하여는
그들의 손실까지 빗대어 불만을 토로하고 불신을 증폭시킨다.
특히 이들 투자 결정권자들이 세계각국의 불특정 다수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들일 경우에는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의 불만을 수용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뉴욕 월가를 방문한 우리정부 특사에게
"한국에 투자할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이 투자대상의 가치를 투명하게 하고 알수 있도록
해야 투자할게 아닙니까"라고 반문한 어떤 기관투자가의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그들은 일개 투자가이기 보다는 수많은 국제 투자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며 전문금융인으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여 각국
정부에까지 커다란 힘을 발휘할수 있다.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우방의 정부를 통하여 그들 민간 금융기관이나
투자가의 협조를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선진국 정부들은 다투어 친 비즈니스적으로 자세를
바꾸고 있으며 그들이 정부를 움직이는 힘이 더 커지고 있다.
이번 IMF와 합의된 구조조정 내용과 추가합의에서 제시된 조건들이
그동안 외국 투자가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여 우리경제를 정상화시키는 길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증권시장에 투자하였던 외국 투자가들의 마음을
돌려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시장에 서둘러 되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이와같은 노력은 그동안 우리가 쌓았던 불신의 벽에 비추어 백마디의
말과 약속보다는 하나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우리의 의지와 각오를 행동으로
보이는 일이다.
이러한 신뢰회복 노력은 정부의 제도와 관행의 확립에 못지 않게
민간기업계에서도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이 보장될수 있는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외형위주의 성장전략보다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수익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감으로써 모든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매력있는 투자대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투자분석가들을 통하여 현장을
확인시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외국 투자가를 위하여 우리 산업을 분석하고 시장의 움직임을
매일매일 보고하여 투자가들의 자금운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의 행동계획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하여 설명도 하고 알려줌으로써 그들을 통하여 세계 각지의
투자가들이 주지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국내 노력을 시발로 정부당국자는 물론 금융및 민간업계가 힘을
합하여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과 투명하고 신뢰할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및
시장관리체의 확립방안을 직접 국제금융중심지에 나가 그곳의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에게 설명하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영향력있는 해외 금융인들이나 실업인들을 초청하여
우리의 개혁노력에 좋은 자문과 충고도 듣고 우리의 실상을 알려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 가치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식투자가들의 확신과 그들의 적극적인 투자야말로 모든
금융기관과 다른 투자가들및 거래고객들의 신뢰를 유도하는 선도적
바로미터가 된다.
외화부족의 탈출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이라면 민간 투자가들의
신뢰 회복과 그들의 투자증진이 우리경제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