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종금사에 대한 정리수순이 빨라지고 있다.

어치피 정리할것이라면 조속한 시일내에 매듭을 짓겠다는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종금사에 대한 실사결과가 정부의 예상보다도 아주 나쁘게
나왔다는 현실론도 깔려 있다.

과연 몇개회사가 인가취소 명령을 받을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이다.

정부는 다음주중 종금사에 대한 경영평가 위원회를 열어 부실종금사에 대한
1단계 처리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이위원회가 바로 살생부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부실
종금사를 정리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게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정해지며 결국 이기준에 따라 죽고사는 종금사의 명단도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 몇개나 문닫을까 =인가취소 명령을 받게될 종금사 명단과 관련해 휴버트
나이스 IMF단장의 발언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나이스단장은 "영업이 정지된 14개 종금사중 불과 한두개 정도만이 영업을
재개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존할 한두개는 증자를 실시하거나 합병할 상대가 있는 회사들이라고 그는
밝혔다.

결국 14개 영업정지회사중 최소 12개는 폐쇄조치된다는 결론인 셈이다.

이 12개사의 명단은 지난 27일 완료된 정부의 종금사에 대한 실사결과에
따라 우선 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관리기금이 주관하고 3개 회계법인이 작업을 벌여온 종금사에 대한
실사 결과 10개 종금사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에는 청솔종금 정도만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이면보증등 장부외 부채를 합산한 결과 자본잠식된 종금사가 10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10개사가 모두 영업정지된 종금사들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10개사 명단에는 현재 영업을 하고있는 종금사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업이 정지된 회사 대부분과 자본잠식 상태인 종금사 등 영업인가
취소가 가능한 종금은 12개+알파가 된다는 얘기다.

<> 앞으로 일정은 =이번주중에 개최될 종금사 경영평가위원회도 관심을
끈다.

재경원은 경영평가위원 명단을 철저한 비밀에 부치고 있으나 위원중
대부분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인위원 외에 재경원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IMF에서도 최근
위원을 출석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오는 1월22일까지 종금사인가취소 절차를 마련키로 했으나
경영평가위원회가 이 일정을 대폭 앞당겨 연초에바로 인가취소를 정부에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3일또는 5일이 D데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12개+알파가 될 부실종금사들에 대한 인가취소 날자는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 시기와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영업정지된 종금사들에 대해 영업정지 연장조치를 취한 다음 예금
일부 인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전부 인출에 대해서는 1월 중순께라도 다른은행으로 계좌를 이체한
다음 예금을 지불해 주는 방안과 영업인가취소후 법에 따라 3개월간 정리
기간을 통해 채권관계를 모두 확정한 다음 예금인출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조속한 금융시장 안정론이 우세해 내달중에라도
예금인출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지난 2일과 10일에 걸쳐 영업정지조치를 받은 14개 종금사와 아직
영업정지조치를 받지는 않았지만 부실정도가 깊은 +알파에 해당하는 종금사들
운명은 이번주내에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됐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