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그런 말을?

전화업무가 많은 기업일수록 통화내용을 딱 잡아떼는 고객과의 씨름은
커다란 골칫거리다.

최근 이스라엘의 소규모 벤처기업인 나이스 시스템은 이같은 "오리발족"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선보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군용 스파이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통화기록 장치.

이 기기는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모든 전화 통화내용을 그대로 저장한다.

통화기록 찾기도 간단하다.

통화자 이름이나 통화날짜는 물론 어느 전화국에서 전화를 걸었다는
정보만 입력하면 아무리 오래된 내용이라도 즉각 찾아낼 수 있다.

통화기록 한건을 찾기 위해 수백개의 녹음 테이프를 일일이 들어봐야 하던
수고가 깨끗이 사라진 것.

현재 나이스 시스템은 각국 공공 기관 및 뱅커스 트러스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 체이스 맨하탄, 도이치 방크, 일본은행 등 굵직한 고객을 줄줄이
거느리고 있다.

이미 선발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시장의 30%를 장악했을 정도.

회사측은 "모든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설치할 날이 올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김혜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