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종합금융사의 폐쇄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느 종금사가 생존, 업계의
명맥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고객은 올연말까지 업무정지를 당한 거래종금사에서 언제쯤 예금을
되찾을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전국 30개사 가운데 폐쇄될 곳을 가릴 잣대가 될 경영정상화 계획서와
실사보고서가 31일까지 정부에 제출되면 내년초 경영평가위원회가 구성돼
살생부 작성에 본격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이 심사할 영문 정상화계획서는 내년 1월7일이후에는
종금사의 운명이 최종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 1월3일 영업재개 예정인 9개 종금사의 고객들은 그날부터
예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정부는 재원마련이 쉽지
않아 실제 지급시기는 늦어질 공산이 높다.

이에따라 재경원은 예금인출 묘책을 마련키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휴일인 지난 28일 나라 중앙 한솔 항도 동양 한국종금 등 6개 종금사
대표들과 긴급모임을 가진 것도 예금인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 누가 살아남을까 =IMF(국제통화기금)의 휴버트 나이스한국 협상단장이
영업정지된 14개 종합금융사 가운데 "증자를 할수 있거나 합병 상대를 찾는
1~2개사가 살아 남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들이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대주주가 증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곳은 한솔 대한 나라종금 정도이고
합병상대를 찾은 곳은 아직 없다.

한솔의 경우 경영정상화 계획서에 1천억원의 증자와 7백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계획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솔을 포함, 지난 2일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들은 영업정지가
1월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여 이른시일내에 증자를 성사시킬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실제 나라종금은 지난달에 실시키로 한 증자를 포기했고 내년 1월6일
2천억원이상 증자계획을 잡았던 대한종금도 일정조정에 고심중이다.

특히 실사결과,자기자본이 잠식된 종금사가 10여개사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자만으로 회생의 끈을 잡는 종금사가 얼마가 될지는 불투명
하다.

실사팀은 종금사가 개인들에게 매출한 기업어음(CP)의 경우 관례상 지급
보증해온 점, 상당수 종금사들이 은행들에 CP를 팔때 이면보증해 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장부외부채가 대거 드러나면서 자기자본잠식 종금사가 당초
청솔종금 1개사에서 10여개사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업정지에서 제외된 종금사도 포함됐다는게 금융계의 분석
이다.

특히 원화부실이 적어 안전지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던 기존 6개 종금사의
경우 태국 등 동남아에 투자한 외화자산의 부실이 심각, 일부사는 폐쇄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내 부실채권은 성업공사가 매입키로 해 부실이 줄어들지만 외화
부실 자산은 이같은 장치가 없다.

결국 살아남는 종금사는 4~5개 기존종금사와 영업정지에서 제외됐던 대기업
계열의 동양 LG 등 5개 전환종금사 등 10개사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묶인 예금은 어떻게 되나 = 영업정지된 14개
종합금융사에 돈을 맡겼던 개인고객들은 빠르면 내년 1월5일부터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에서 예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신용관리기금은 예금을 고객의 거래은행 계좌로 이체하고 우선 개인
부터 예금인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안을 마련, 재경원에 제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먼저 개인의 예금인출을 허용한 후 기업과 공공기관
순으로 예금인출을 허용해줄 방침이다.

신용관리기금 관계자는 "10조원을 차입해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9개 종금사의 업무정기기한 연장과 예금자보호문제 등에 늦어도
오는 31일까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 오광진.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