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통화정책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의 대부인 미국의
밀튼 프리드먼(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석좌교수.85) 교수는 "현재의 금융
위기가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먼 교수는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의 최신호(12월29일자)에서
금융위기가 점진적인 디플레이션(Deflation, 수요감소와 물가하락)을 야기할
수는 있으나 30년대와 같은 극심한 디프레션(Depression, 경기침체)은 없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는 일본이라며
일본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풀지 않고 이자율을 낮추는데
초점을 둔 잘못된 정책에 연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다른 나라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석은 통화정책으로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평소
지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와 관련, 프리드먼 교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통화신용정책을 과거 어느때보다 잘 이끌어가고 있으나 통화공급
증가로 앞으로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가에 대해선 현재 과대 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이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드먼 교수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같은 초국가적 기구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이들 기구가 미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라며 미국 홀로 자유
무역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려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은 순전히 "고상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럽경제에 별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단일통화 유러의
탄생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 강현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