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1천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은 세계적인 엑스포 축제를 열고
이듬해 재개장을 통해 거듭났던 과학공원이 문닫아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엑스피아월드는 과학공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며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통해 폐업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30일 자진폐업을 공식발표하고 이달 20일
공원을 폐쇄했다.

과학공원은 지난 93년말 대전엑스포 행사종료후 (주)대교를 최대주주로
하는 엑스피아월드가 과학공원 운영업체로 선정돼 이듬해 8월 재개장을 하고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엑스피아월드는 기념재단과 20년동안 과학공원을 운영한다는 장기계약을
맺고 의욕적으로 공원운영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과학공원의 관람객수는 줄었고 자기부상열차 등
일부시설물의 운영이 중단됐다.

과학공원내 관람객을 위한 식당 등 편익시설도 하나둘 철수했다.

이로인해 엑스피아월드는 적자규모가 늘어났고 과학공원의 명성도 땅에
떨어졌다.

재개장 첫해인 94년 8월부터 12월말까지 하루평균 관람객수가 1만4천여명
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95년 8천7백명, 96년 5천1백명, 97년6월까지 4천8백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의 과학공원 매각공고 이후에는 하루평균 관람객수가 1천명
수준으로 뚝 떨어져 공원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됐다.

이는 경영수지악화로 이어져 엑스피아월드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려야만
했다.

94년 1백5억원, 95년 1백24억원, 96년 1백36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1백50억
원으로 추정되는 등 매년 적자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같이 늘어나는 적자규모 해소를 위해 엑스피아월드는 공원내에서 돈이
될만한 각종 유희시설 설치를 추진해왔으나 걸림돌이 많았다.

대덕연구단지 관련법규와 도시기본계획법 등의 법적인 저촉과 기념재단
대덕구청의 반대가 공원활성화를 가로막았다.

게다가 기념재단은 꿈돌이동산에 과학공원 전체부지에 대해 유희시설
독점권을 주는 특혜로 엑스피아월드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이에따라 엑스피아월드는 (주)미도파가 운영하던 스카이웨이탑승시설과
영업시설을 38억원에 인수하고 일부전시관의 전시물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과학공원을 운영해나갔다.

과학공원이 제기능을 못하자 기념재단은 지난 9월초 재단이사회를 열고
과학공원을 대기업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운영업체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11월초에는 과학공원 매각공고를 냈고 과학공원부지 10만2천3백50평의
감정가격을 2천58억원으로 제시했다.

기념재단은 계약해지를 하면서 현재의 과학공원은 운영권과 소유권이
분리돼있어 경영의 효율화를 이루지 못한데다 운영업체의 경영미숙이
과학공원 부실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엑스피아월드는 당초 회사정리절차를 밟는 올연말까지 과학공원을 정상
운영하기로 했었으나 이달 20일 공원을 폐쇄하고 과학공원에서 손을 뗐다.

또한 기념재단이 제시한 과학공원 매각대금 및 조건이 불합리해 공원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념재단을 상대로 투자금액 6백억원과 20년 장기계약 기대이익
8백억원 등 총 1천4백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대해 기념재단은 "엑스피아월드가 그동안 36억원밖에 투자를 않고
6백억원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지적하고 "과학공원 운영은
인수업체가 나타날 때까지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 대전=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