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다케우치 히로시 <일본 장기신용은행 전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과 일본이 금융위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이 외환부족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의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성장의 모델''로 평가돼온 일본 또한 은행 증권 보험회사들의 잇단
도산으로 금융파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우산아래서 외환위기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본도 국채발행 소득세특별감면 등을 통해 금융불안해소에 나서는 한편
원화폭락의 파고가 현해탄을 넘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의 두 주역 한국과 일본에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의 금융가인 오테마치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 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경제전문가인 다케우치 히로시 이사장을
만나봤다.
[ 대담 = 김경식 도쿄특파원 ]
======================================================================
-IMF와 G7 등이 한국에 대한 지원을 앞당기면서 한국의 금융위기가 조금씩
해소되는듯 합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사태는 넘길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다만 신용등급이 아직 "투기적수준"에 머물고 있는게 걱정거리입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의 경우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상황이 어떻습니까.
<> 다케우치 이사장 =은행쪽 일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만 일본금융기관
들은 대출을 기피하는 수준을 넘어 대출금회수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현재 금융공황상태입니다.
대공황으로 치닫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의 원화가 사상최저수준으로까지 폭락하게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다케우치 =과잉생산능력때문에 과잉체제에서도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원화가치가 결국 떨어지고 만 셈이지요.
보통의 경우 은행이 과잉투자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그룹이 해외에서 투자하는 것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였더라면 이러한 문제가 그냥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겠지요.
-한국의 경우 동남아시아 나라들과는 달리 부동산가격이 아직까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버블이 적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 다케우치 =재정이 적자에 빠지지 않은게 큰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취약하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제조업이 치명적으로 허약합니다.
일본의 경우 몸으로 부대끼면서 쌓은 기능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문"의 나라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아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구조가 일본과 가장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자본의 유입에 대해 상당히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해온 것 등 여러가지 예를 들 수가 있습니다.
한.일 두 나라가 비슷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일본형 시스템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 아닙니까.
<> 다케우치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본경제도 목표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을 따라잡자"는 목표가 일단 달성되면서 문제가 발생
했습니다.
미국에서 중요한 산업이 일본에서도 중요하게 됐습니다.
일본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미국식을 들여와 대체시켰습니다.
지난 15~18년동안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지요.
일본은 목표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통일 등 뚜렷한 목표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훨씬 유리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쪽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정보를 진실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 은행의 불량채권규모, 정부의 약속 등 어느것도 제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신뢰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두나라가 위기탈출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 다케우치 =메커니즘을 미국식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강한 신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식으로 노력해서 신뢰도를 높여야하는게 원칙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식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IMF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강도높은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긴급구제금융지원의 조건으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은 물론 긴축재정
저성장정책 시장개방 등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다케우치 =한국이 두 손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대출해주는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성장률의 하향조정으로 실업자증가, 노사분쟁의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권력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금융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불안해소를 위해 바람직한 대책이 있다면.
<> 다케우치 =최종적으로는 재벌의 구조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면 안됩니다.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구조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중소기업 등 보통기업들이 훨씬 늘어나야 합니다.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비은행기관들의 역할도 다시 정립돼야 합니다.
-한국이 통화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 다케우치 =물론입니다.
그러나 일본도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다고 해서 선뜻 이를 따라갈 금융기관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한 범위내에서 일본금융기관들이 한국에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개인소비수요 부도율 등 각종 지표들이 일제히 나빠
지면서 경기정체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총재도 마침내 경기정체를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일본경제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 다케우치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정부의 대책이 잘못되면서 나쁜 결과를 몰고왔습니다.
그 원인은 금융기관들이 대출기피단계를 벗어나 대출금회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들은 오는 3월말까지 조기시정조치에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최소한 4%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대출중단과 회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대형 식품회사인 도쇼쿠의 경우 자금조달난이 가중되면서 주거래은행인
사쿠라은행이 3백억엔규모의 융자를 실시했지만 다른은행들이 지원을 외면,
결국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도산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70%에 이르고 있는 부실은행에 대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은행마저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대단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시모토정부는 금융불안 및 경기회복을 위해 10조엔규모의 신형국채발행,
2조엔의 특별감세 등 갖가지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타이밍이 늦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 다케우치 =늦은 정도가 아닙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지난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때와 비슷합니다.
주식이 폭락, 경기가 나쁠 때에는 정부가 재정재건을 위해 세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소비세를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불량채권이 크게 늘어나면서 은행 증권회사들이
쓰러지고 만 것이지요.
-정부대책의 효과도 물론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 다케우치 =주식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정부대책이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감세 2조엔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자민당에서 현재 30조엔규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본금융불안현상과 관련, 미국쪽에서 일본식 경영과 일본식 경제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요나라(안녕) 일본식 경영"이라고까지 몰아붙였습니
다만.
<> 다케우치 =일본식 경영은 지난 80년대의 버블과 이의 붕괴과정에서
쓸모가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미국식 경영에 밀려나고 말았다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바로 "미국식화"입니다.
금융은 미국이 일본에 압승한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식시스템이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는 부문은 자동차 공작기계 산업기계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IMF의 융자조건제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금융시스템을 바꾸라"는 등 엄격한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한국경제를
미국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들에 버블을 수출, 결과적으로 아시아금융
위기를 몰고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다케우치 =일본의 직접투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아시아 전체의
경제구조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자본주의와 관료주의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 생활
수준을 급속도로 끌어올려줬습니다.
엔약세에다 자본은 물론 기술까지 갖춘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국가
들은 달러에 더욱 의존하게 됐습니다.
엔화가 이들나라의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버블경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폭락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유발한 중요 요인의 하나입니다.
-일본경제는 그동안 아시아성장의 모델로 평가돼 왔습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 시작,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아시아전체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일본식 모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서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요.
<> 다케우치 =아닙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일본에 거의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바로 빅뱅입니다.
제조업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계가 미국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고유의 시스템과 미국식을 최적상태로 배합시키는
것입니다.
일본식을 따라야 할 분야로는 자동차 D램반도체 공작기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식 경영의 강점은 평생직장이라는 것입니다.
종업원들 가운데서 경영자가 나오는게 특색이지요.
그러나 미국의 경우 종업원들은 외부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습니까.
요즘 일본에서도 미국식의 도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는 합니다만 큰 틀을
바꿔서는 곤란합니다.
-최근들어 한.일 두나라에서 금융불안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만
두나라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습니까.
<> 다케우치 =금융기관을 체크할 수 있는 기관이 두나라에 없었다는게
비슷합니다.
그러나 위기의 전개과정은 크게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소비세인상에 따른 내수부진에서 출발, 주가폭락 금융도태로
확산됐습니다.
이에비해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통화위기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세계 11위인 한국경제의 위기는 무역 투자 등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일본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에서는 현재상태라면 일본도 3개월후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 다케우치 =앞으로 2~3개월이 대단한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시모토 총리가 대공황 당시의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
[[ 다케우치 히로시 약력 ]]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일본 장기신용은행 입행
<>도쿄대 강사
<>일본 장기신용은행 전무
<>장은종합연구소 이사장
<>입명관대 객원 교수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이 외환부족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의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성장의 모델''로 평가돼온 일본 또한 은행 증권 보험회사들의 잇단
도산으로 금융파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우산아래서 외환위기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본도 국채발행 소득세특별감면 등을 통해 금융불안해소에 나서는 한편
원화폭락의 파고가 현해탄을 넘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의 두 주역 한국과 일본에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의 금융가인 오테마치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 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경제전문가인 다케우치 히로시 이사장을
만나봤다.
[ 대담 = 김경식 도쿄특파원 ]
======================================================================
-IMF와 G7 등이 한국에 대한 지원을 앞당기면서 한국의 금융위기가 조금씩
해소되는듯 합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사태는 넘길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다만 신용등급이 아직 "투기적수준"에 머물고 있는게 걱정거리입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의 경우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상황이 어떻습니까.
<> 다케우치 이사장 =은행쪽 일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만 일본금융기관
들은 대출을 기피하는 수준을 넘어 대출금회수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현재 금융공황상태입니다.
대공황으로 치닫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의 원화가 사상최저수준으로까지 폭락하게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다케우치 =과잉생산능력때문에 과잉체제에서도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원화가치가 결국 떨어지고 만 셈이지요.
보통의 경우 은행이 과잉투자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그룹이 해외에서 투자하는 것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였더라면 이러한 문제가 그냥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겠지요.
-한국의 경우 동남아시아 나라들과는 달리 부동산가격이 아직까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버블이 적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 다케우치 =재정이 적자에 빠지지 않은게 큰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이 취약하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제조업이 치명적으로 허약합니다.
일본의 경우 몸으로 부대끼면서 쌓은 기능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문"의 나라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아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구조가 일본과 가장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자본의 유입에 대해 상당히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해온 것 등 여러가지 예를 들 수가 있습니다.
한.일 두 나라가 비슷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일본형 시스템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 아닙니까.
<> 다케우치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본경제도 목표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을 따라잡자"는 목표가 일단 달성되면서 문제가 발생
했습니다.
미국에서 중요한 산업이 일본에서도 중요하게 됐습니다.
일본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미국식을 들여와 대체시켰습니다.
지난 15~18년동안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지요.
일본은 목표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통일 등 뚜렷한 목표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훨씬 유리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쪽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정보를 진실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 은행의 불량채권규모, 정부의 약속 등 어느것도 제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신뢰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두나라가 위기탈출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 다케우치 =메커니즘을 미국식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강한 신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식으로 노력해서 신뢰도를 높여야하는게 원칙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식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IMF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강도높은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긴급구제금융지원의 조건으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은 물론 긴축재정
저성장정책 시장개방 등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다케우치 =한국이 두 손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대출해주는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성장률의 하향조정으로 실업자증가, 노사분쟁의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권력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금융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불안해소를 위해 바람직한 대책이 있다면.
<> 다케우치 =최종적으로는 재벌의 구조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면 안됩니다.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구조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중소기업 등 보통기업들이 훨씬 늘어나야 합니다.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꾸려나가야 합니다.
비은행기관들의 역할도 다시 정립돼야 합니다.
-한국이 통화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 다케우치 =물론입니다.
그러나 일본도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다고 해서 선뜻 이를 따라갈 금융기관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한 범위내에서 일본금융기관들이 한국에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개인소비수요 부도율 등 각종 지표들이 일제히 나빠
지면서 경기정체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총재도 마침내 경기정체를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일본경제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 다케우치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정부의 대책이 잘못되면서 나쁜 결과를 몰고왔습니다.
그 원인은 금융기관들이 대출기피단계를 벗어나 대출금회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들은 오는 3월말까지 조기시정조치에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최소한 4%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대출중단과 회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대형 식품회사인 도쇼쿠의 경우 자금조달난이 가중되면서 주거래은행인
사쿠라은행이 3백억엔규모의 융자를 실시했지만 다른은행들이 지원을 외면,
결국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도산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70%에 이르고 있는 부실은행에 대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은행마저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대단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시모토정부는 금융불안 및 경기회복을 위해 10조엔규모의 신형국채발행,
2조엔의 특별감세 등 갖가지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타이밍이 늦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 다케우치 =늦은 정도가 아닙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지난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때와 비슷합니다.
주식이 폭락, 경기가 나쁠 때에는 정부가 재정재건을 위해 세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소비세를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불량채권이 크게 늘어나면서 은행 증권회사들이
쓰러지고 만 것이지요.
-정부대책의 효과도 물론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 다케우치 =주식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정부대책이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감세 2조엔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자민당에서 현재 30조엔규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본금융불안현상과 관련, 미국쪽에서 일본식 경영과 일본식 경제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요나라(안녕) 일본식 경영"이라고까지 몰아붙였습니
다만.
<> 다케우치 =일본식 경영은 지난 80년대의 버블과 이의 붕괴과정에서
쓸모가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미국식 경영에 밀려나고 말았다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바로 "미국식화"입니다.
금융은 미국이 일본에 압승한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식시스템이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는 부문은 자동차 공작기계 산업기계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IMF의 융자조건제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금융시스템을 바꾸라"는 등 엄격한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한국경제를
미국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들에 버블을 수출, 결과적으로 아시아금융
위기를 몰고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다케우치 =일본의 직접투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아시아 전체의
경제구조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자본주의와 관료주의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 생활
수준을 급속도로 끌어올려줬습니다.
엔약세에다 자본은 물론 기술까지 갖춘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국가
들은 달러에 더욱 의존하게 됐습니다.
엔화가 이들나라의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버블경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폭락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유발한 중요 요인의 하나입니다.
-일본경제는 그동안 아시아성장의 모델로 평가돼 왔습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 시작,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아시아전체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일본식 모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서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요.
<> 다케우치 =아닙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일본에 거의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바로 빅뱅입니다.
제조업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계가 미국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고유의 시스템과 미국식을 최적상태로 배합시키는
것입니다.
일본식을 따라야 할 분야로는 자동차 D램반도체 공작기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식 경영의 강점은 평생직장이라는 것입니다.
종업원들 가운데서 경영자가 나오는게 특색이지요.
그러나 미국의 경우 종업원들은 외부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습니까.
요즘 일본에서도 미국식의 도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는 합니다만 큰 틀을
바꿔서는 곤란합니다.
-최근들어 한.일 두나라에서 금융불안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만
두나라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습니까.
<> 다케우치 =금융기관을 체크할 수 있는 기관이 두나라에 없었다는게
비슷합니다.
그러나 위기의 전개과정은 크게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소비세인상에 따른 내수부진에서 출발, 주가폭락 금융도태로
확산됐습니다.
이에비해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통화위기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세계 11위인 한국경제의 위기는 무역 투자 등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일본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에서는 현재상태라면 일본도 3개월후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 다케우치 =앞으로 2~3개월이 대단한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시모토 총리가 대공황 당시의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
[[ 다케우치 히로시 약력 ]]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일본 장기신용은행 입행
<>도쿄대 강사
<>일본 장기신용은행 전무
<>장은종합연구소 이사장
<>입명관대 객원 교수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