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이란 새것에만 있지 않다.

오래되고 묵은 것의 향기가 때로는 새것보다 더 멋지다"

경제위기로 인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을 엄습한 가운데 오래 묵은 옷을
새롭게 연출하는 "빈티지 룩"이 실용적인 패션경향으로 각광받고 있다.

"빈티지 룩" (Vintage Look) 이란 풍작인 해에 빚은 포도주를 일컫는
빈티지 와인에서 유래된 단어.

좋은 의미에서의 옛것 구식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4~5년전에 입었던 묵은 옷을 꺼내 다시 연출하거나 몇년전
유행했던 스타일의 옷을 부분 또는 전체에 활용하는 것.

헌옷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예전 스타일을 재창조해 새 트렌드를
만드는 "복고 바람"과 차이가 있다.

"빈티지 룩" 덕분에 장롱에서 나와 빛보는 옷은 빛바래고 군데군데 닳은
가죽점퍼, 물빠진 청바지, 70년대 편물옷을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니트,
손뜨개 털실모자 등 무궁무진하다.

빨갛고 파란 바탕에 단풍무늬 다이아몬드무늬를 선명하게 수놓은
북유럽풍의 니트는 시대를 초월한 빈티지 품목.

구제품이 아니면서 빈티지 룩에 애용되는 옷은 꽃이나 용무늬를 기계자수
처리한 비단옷, 표면에 실이 몽글몽글 맺힌듯한 홈스펀옷 등 소재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한복 두루마기에서 빼온 듯한 비단 목도리, 벨벳바탕에 촘촘한 비즈
(구슬)로 무늬를 만든 핸드백은 빈티지 룩의 인기소품이다.

이금희 신원 "베스띠벨리" 디자인실장은 "복고풍과 재활용 개념이
조명받으면서 나온 것이 빈티지 룩"이라며 "개성을 부각시키면서 실용적으로
입을수 있어 불황기에 더욱 인기"라고 전했다.

보이시하게 연출하려면 청바지 가죽점퍼 등을 이용한다.

아래가 약간 넓은 물빠진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입은 뒤 니트 머플러와
가방을 매치시킨다.

A라인 반코트도 빈티지 룩 연출에 요긴한 품목.

미니스커트에 무릎길이 반양말을 신고 A라인 반코트와 니트 베레모를
쓰면 외출복으로 손색이 없다.

의류 수선점에 낡은 옷이 많이 몰리는 것도 최근의 절약바람을 반영한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