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게임의 규칙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있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미국 MIT대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외환위기에
빠진 것은 룰을 무시한 졸속 성장전략의 업보였다면 전세계 국가들은
아시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94년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룩한 고도성장은 기술진보에 의존하기 보다는 단순한
물량 투자에 힘입은 것으로 옛 소련이 60년애 달성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경고를 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구랍 31일 USA투데이에 기고한 송년 칼럼에서 "나의
논문이 발표된 직후 아시아와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나를 매도하기에
바빴다"고 회고하고 "아시아의 몰락이 이처럼 빨리 닥칠 것이라고 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포함해 전문가들은 맹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아시아의 몰락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교훈을 도출, 좌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규칙은 그럴만한 까닭때문에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기업하려면
맞닥뜨려야 하는 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경영자들은 소속 기업의 이익과 결손 등 경영수지를 속속들이 공개해야
한다.

때문에 거래 은행과의 결탁이란 생각키 힘들다.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은 수많은 변호사들에게 노출된 채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이런 시스템을 비웃었다.

아시아인들은 법규를 외면한채 개인적 관계에 의존해 비즈니스를 해 왔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아시아의 공무원들은 은행들로 하여금 고객들의 예금을 갖고 위험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들과 연줄이 닿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면 개의치 않았다.

<> 공무원들은 천재가 아니다 =이 말은 새삼 설명을 부연할 필요없이
자명한 명제다.

그러나 지난 94년 어떤 아시아 찬양론자는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논문
에서 "일본의 대장성 관료및 다른 아시아 국가의 유사한 공무원들이야말로
멈출줄 모르는 고도성장의 주역들"이라며 "천재성을 발휘한 이들 관료조직은
단연 노벨상 수상자감"이라고 극찬했었다.

과연 그런가.

다른 지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어질 아시아
성장의 주역들은 보통 기업가와 경영인,노동자들 덕분일 뿐이다.

성장의 공로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관료들의 오만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위기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 자만심은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디해
떠벌리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어떤 기업의 총수가 비즈니스위크의 커버 스토리로 다루어지면
그 기업의 주식을 매각할 시점임을 알리는 것이라는 투자 격언이 있지
않은가.

비지니스위크가 기사를 잘못 써서가 아니라 우쭐해진 기업총수가 잘못된
사업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

아시아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이제는 누구도 아시아를 칭송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의 신경제에 대한 예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