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시아는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들의 정치체제가 중대한 시련을
받게 되는 가운데 최근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의 평가기관 정치경제위기컨설턴트사(PERC)가 1일 경고했다.

PERC는 이날 98년 정치위기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올해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국가는 대통령이 경제위기 와중에
10일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지난달 정부 기능이 중단된 인도네시아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아시아 위기의 상당 부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외채무
와 급격한 통화 감소로 전면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 채무 지불
유예(모라토리엄)사태를 피할수 있는 한국의 능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
했다.

PERC는 만일 한국이 채무 지불유예 사태를 맞는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이들 국가는 경제난 외에도
정치체제면에서도 한국보다 더 중대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RC는 특히 인도네시아는 대통령이 나이가 많아 건강상태가 의심을 받고
있으며 최근 역사를 둘러봐도 순탄한 정치변화를 경험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올해 정치적 위기가 가장 높아질 국가라고 지적했다.

PERC는 또 아시아 금융위기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이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중국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된다면
지난해 아시아에서 일어난 소동은 올해 아시아가 겪을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필리핀과 태국이 비록 인도네시아 보다 정치적 상황이
다소 안정됐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이들 정부가 지난해 7월 촉발된 금융
위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5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하는 필리핀은 유세 과정에서 라모스
대통령이 재임시 이룩한 경제개혁에 대한 정치적 공감대가 무너질 경우
정부가 비효율적인 과거로 회귀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