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계는 IMF시대 원년인 98년을 "전화위복의 해"로 꼽고 있다.

경기수가 줄어드는 등 국내대회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발길을 해외
무대로 돌려 한국여자골프의 세계화를 도모하겠다는 것.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낭자의 승전보를 기록, 달러를 벌고 위축된
골프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미국무대에 진출한 박세리(21.아스트라)와 지난해 일본상금랭킹 2위인
구옥희(43)를 선봉으로 김미현(21) 정일미(26) 등을 해외골프시장을 공략할
여자특공대로 꼽을 수 있다.

그중 박세리에게 거는 기대는 너나없이 크다.

지난해 미프로테스트를 수석으로 통과, LPGA투어 풀시드권을 확보한
박세리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1승을 거둬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를 발판
으로 애니카 소렌스탐, 케리 웹 등의 정상급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
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올 랭킹 10위이내에 들어 최소한 30만달러이상의 상금을 획득, 국내경제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겠다는 것.

박은 올해 시즌오픈대회인 오는 16일의 헬스사우스대회를 시작으로 총
30여개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특히 메이저 대회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등에서 한국낭자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

미국에 박세리가 있다면 일본에는 구옥희가 있다.

지난 84년 일본투어에 데뷔, 통산 14승을 거두는 등 줄곧 상위권에 랭크된
구는 "올해는 기필코 정상에 올라 일본인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
했다.

구는 최근 상승세(상금랭킹 96시즌 7위, 97시즌 2위)를 타고 있기 때문에
올해 3승정도 거둔다면 랭킹 1위가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는 내년 3월부터 열리는 일본투어에 대비한 개인훈련을 위해 4일 미국
으로 떠난다.

"오는 7월 열리는 US여자오픈을 주목하라"고 강조한 구옥희는 박세리와
함께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단다.

이와함께 일본투어에는 원재숙(상금랭킹 6위) 김애숙(21위) 이영미(22위)
등 총 9명의 한국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어 이들에게도 많은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특히 국내선수들의 해외무대 공략기회가 많을 것 같다.

상반기에 국내대회가 1개 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여자골퍼들은 연초부터
대만신콩대회 아시아서키트, 그리고 98호주레이디스매스터즈 등에 잇따라
참가해 달러사냥에 나설 계획이다.

97상금랭킹 1위 김미현(21)의 각오는 비장하다.

지난해말 국제상사측과 재계약이 결렬돼 올해 "홀로서기"에 나선 김은
"차라리 홀가분하다.

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겠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김은 지난달 26일 소리소문도 없이 뉴질랜드로 떠났다.

김은 이곳에서 2개월여의 전지훈련을 통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승부
근성 부족, 쇼트게임 등의 약점을 보완한뒤 호주로 건너가 98호주알파인
레이디스매스터즈에 참가할 계획이다.

소속사를 휠라에서 한솔PCS로 옮긴 정일미도 지난 30일 대만으로 출국했다.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대만 신콩대회에 이어 아시아서키트 호주레이디스
매스터즈 대회에 잇따라 출전한다.

"올해는 꼭 언더파를 기록하는 골퍼로 자리잡겠다"는 정은 연초 해외대회
에서 1승을 올려 이같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은 또 "내년에는 활동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겠다"면서 올해 응시할
예정인 미국프로테스트를 반드시 통과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밖에 한지영 서아람 한희원 등도 일본프로테스트에 응시할 예정이고
아시아서키트에도 5~6명의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어서 올해 한국여자골프계는
말그대로 세계화의 기초를 다지는 한해가 될 것 같다.

특히 그들의 다짐에서도 충만한 자신감이 엿보여 큰 기대를 걸게 한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