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IMF 경제한파에 당황해 하고 있던 지난해 12월17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순수 지주회사가 부활되었다.

1947년 이후 과반세기 동안 재벌해체와 그 설립을 금지하는 경제헌법으로
강한 규제력을 발휘해온 독점금지법이 개정 시행됨으로써 순수 지주회사가
해금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본의 이같은 동향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미 순수 지주회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본지 12월10일자 15면 참조>

최근 일본의 순수지주회사 해금은 조만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될
해금논의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가 일본에서 순수 지주회사가 부활하게 된 논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90년대 이후의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에
걸친 정치-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차원의 개혁노력, 그리고 정부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에 준거한
정책기조의 전환 등 1960년대 중반 이후 오늘날까지 순수 지주회사의
해금을 위한 경제주체의 부단한 노력과 상호간의 협조관계를 중시해야
할 것이다.

즉 일본은 순수 지주회사를 해금함으로써 우선 WTO체제의 출범 등과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국제 룰과의 정합성을 확보함으로써 일본의
규제모순에 대한 대외적인 비판을 모면하고 자국의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국 기업에 인정되고 있는 선택의 다양성을 국내 기업에도
인정함으로써 경쟁 조건상의 불이익을 배제하고 외국 지주회사의 일본
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외국기업의 대일 투자를 촉진하고 외국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실리적 측면이 내면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 기업에 대해 경영 자유도를 제고하고 기동적 전략수립 등을
가능케 함으로써, 버블 붕괴후의 당면한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자체 노력과, 재계의 규제완화 차원에서의
부단한 해금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금지를 위한 법적근거 약화와 정책당국의 규제철폐
노력이 해금논리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 "규제대국"이며, 순수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 규제는
비현실적이라는 대내외적 비판이 대두된 것과, 그동안 국내 경제-사회
시스템 등이 크게 변하여 정부 규제의 완화및 철폐는 구조개혁의 촉진에
일조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이익의 향상, 산업간 경쟁력 제고, 나아가
국제적인 공동 룰의 구축을 위해서도 순수 지주회사제를 해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일본에서 순수 지주회사가 해금되긴 하였으나
상법 증권거래법 세법 등 관련법에 대한 정비가 뒤따르지 않아 부활에
따른 업계의 불안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등 당분간 순수 지주회사의
설립 움직임은 한정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유통업계인 다이에가 앞장서 지주회사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소니및 신일본제철 등은 순수 지주회사아래 일단 모회사 자회사로
나누게 되면 자회사의 사업범위를 변경하기가 어렵다는 조직 경직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하타치 제작소 등도 순수 지주회사아래서는 자회사간의 자금 인재의
융통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순수 지주회사제 도입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와 일부 학자들에 의해 순수 지주회사 해금이 주장되고 있다.

물론 현재 우리경제가 경기침체와 외환위기에 의해 복합불황의 조짐이
있으며 조업단축과 도산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는 기업의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순수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기업의 사업구조 조정과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수 있어 현재 기업이 처한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순수 지주회사의 허용여부를 제기하기에 앞서 우선
경영주체인 기업의 실질적 의미의 소유분산과 분권화, 그리고 경영
투명화및 회장실(기획조정실)의 역할규정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자구 노력이 실시되어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정책주체인 정부당국도 규제의 비경제적 측면에 대한 냉철한
자기비판을 통해 순수 지주회사의 허용문제를 규제혁파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실천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와함께 공정경쟁의 촉진, 사업 지배력의 과도 집중방지, 자회사 투자자
소비자보호등 규제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각계 각층으로
부터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자주적인 해금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