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세계제패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파워관계는 21세기에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신년호에서 "21세기 강대국-힘의 균형 기상도"를
전망하는 특집기사를 다뤘다.

군사.경제력 외교력 자원의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21세기는
미국과 유럽이 협조체제하에서 세계를 주도하거나 아니면 미국과 중국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2극 체제로 바뀔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현재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지위가 21세기에는 상대적 강대국으로
전락할 것만은 확실하다.

특집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

30년후 강대국들의 파워관계가 어떤 형태로 바뀔 것인가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 민주주의체제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유지
되고 현재의 강대국들이 중도하차하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전제로 군사.경제력 외교력 국민의 지지도 자원의 대외의존도 등
4가지 분석근거를 토대로 2030년께 강대국 "힘의 균형 기상도"를 예측해 본
것이다.

군사 경제력은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군사개입하고 경제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자원의 대외의존도는 석유나 가스 또는 자원해상로가 갑자기 막혔을 경우
즉각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강대국일수록
영향력(자원관련 대외간섭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4가지 분석근거를 수치화한 결론은 "21세기에는 어떤 강대국도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2극체제"
하에서 일본과 유럽 러시아가 "제2의 강대국군"을 이루게 된다.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유럽간 관계다.

대서양을 마주보고 있는 양 대륙이 지금과 같은 협조체제를 유지할 경우
"미국과 유럽"은 21세기에도 세계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만은 틀림없다.

이같은 밀월관계를 전제로 한 중국의 영향력은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협조체제가 붕괴되면 강대국간 파워관계는 매우 복잡해진다.

<> 미국 =군사.경제력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체제의 붕괴로 미군은 더이상 유럽에 주둔할
필요가 없어져 동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지역에서 군사.경제적으로
개입할 소지가 적어진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군사대국인 중국의 등장으로 군사적으로나 경제면
에서도 위협을 받게 된다.

자원의존도도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높은 만큼 세계 자원수급상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명분도 없어진다.

<> 중국 =경제성장률을 연 5~6%로만 잡아도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게
틀림없다.

중국국민들은 공산당 정권이 민주체제로 전환되길 바라지만 체제에 상관
없이 중국이 경제 군사력면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길 희망하고 있다.

30년후에는 중국도 자원부족을 이유로 카스피해 아랍 아프가니스탄지역 등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태지역에선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약화를 계기로 가공할만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유럽 =대외 군사.경제적 문제에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동유럽은 물론 아랍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러시아를 유럽(EU)권에 끌어안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아시아지역 힘의 균형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럽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일본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대국"으로서의 지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민거리는 군사강대국으로의 탈바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당분간 확고한데다 설사 약화
되더라도 그 틈을 중국이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다른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2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일본의 선택은 매우 제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강대국 가운데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아 자원을 둘러싼 지각변동이
일어날 경우 대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