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가 사회전반에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이로인해 문화예술계는 자칫 고사될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는 이같은 시련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인 극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IMF시대 문화예술계의 현황과 이를 슬기롭게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IMF시대를 맞아 미술계는 창작과 전시활동은 물론 작품거래까지 모든
분야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위기에 따라 미술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깊은 시름에 잠긴
미술계는 그야말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술시장의 큰손인 기업의 뒷받침을 기대할수 없어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또한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컬렉터마저도 어려운 경제사정때문에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따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국내 주요 국.공립미술관은 물론
기업미술관 중견화랑들은 올해 전시와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벌써부터 많은 미술관과 화랑들이 예정된 기획전을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으며 외화유출이 불가피한 외국작가전은 아예 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도 이미 올해 외화를 지불해야 하는 외국작가전을 가급적
자제하기로 결의한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불황에 시달려온 미술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앉아서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미술계는 적극적인
활로를 모색, 위기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거래가 끊긴 국내시장을 접어두고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따라 각 화랑들은 연초부터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내작가들을 해외
아트페어에 잇달아 참가시키는 등 국제미술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영덕화랑과 갤러리나인은 8~13일 미국 마이애미아트페어에 백남준
전광영 김창영 곽덕준 조성묵 하종현씨 등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작가들을 대거 참가시켜 미국시장을 집중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마이애미아트페어는 달러화의 가치상승으로 인해 판매율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공략에 나섰던 대형 화랑들도 올해는 보다 과감한
해외진출전략을 짜놓고 있다.

가나는 FIAC(파리국제현대미술 견본시)및 바젤 시카고아트페어 등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이종상 고영훈 박영남 김인겸씨 등을 참가시킬 계획.

아울러 상반기 김인겸씨의 파리 초대전과 하반기 뉴욕에서 열릴 고영훈씨의
개인전도 예정대로 개최할 예정이다.

조덕현 문범 최재은씨 등 국제적인 작가를 키워낸 국제화랑도 같은
맥락에서 올해 우리작가의 해외전을 적극 마련한다.

오는 3월 조덕현씨는 미국 버지니아주립미술관에서 개인전, 문범 이기봉
김춘수씨는 뉴욕에서 그룹전을 각각 갖는다.

국내적으로는 극심한 경기침체때문에 미술활동자체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품가격이 빠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따라 새로운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미술시장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

또 외국작가전이 크게 줄면서 그 공백을 국내작가가 메우는 형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자구책 마련을 위해 각 화랑들은 전시보다는 환경조형물 수주,
아트상품개발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술관계자들은 "미술시장의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백창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