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안에 폐쇄 종금사가 결정되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도 감자와 현물
출자를 거쳐 다음달중에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공개매각하기로 확정되는 등
부실금융기관의 정리작업이 예정보다 앞당겨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어차피 문제가 불거져 나온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고,
특히 지금은 구조조정을 통한 대외 신인도회복 및 자금흐름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중 상당수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되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외국은행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일부에서는 착잡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비효율적인 금융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부실금융기관이
파산 또는 인수합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국부유출을 우려한 나머지 외국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을 꺼리는
시각도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우리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기업이나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합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은 어차피 외국자본밖에 없는데다 외국기업이나 금융
기관들이 국내에 진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고용창출 기술전수 경쟁촉진
등과 같은 기대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외국 합자회사의 광고에서도 지적했듯이 중요한 것은 기업
소유주가 어느나라 사람이냐가 아니라 기업활동이 국민경제에 어떤 기여를
얼마나 하느냐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
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일을 얼마나 빨리 수행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인수합병뒤 남는 인원과 부실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인수합병의 목적은 효율향상과 시너지효과이기 때문에 중복조직축소,
무수익자산매각, 과잉인원해고 등이 불가피한데 이때 큰 걸림돌이
정리해고다.

따라서 오는 2월에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입법조치가 예정대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책임경영이 이루어지도록 은행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번에 만일 외국은행이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을 인수합병한다면 이들의
경영권행사에 아무런 제약도 없을 전망인데 다른 시중은행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여전히 규제할 수는 없다.

최근 은행지분의 동일인한도를 현재의 4%에서 8%, 10% 또는 20%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나 중요한 것은 지분한도가 아니라 경영권행사의
보장이다.

다음달중에 공개 매각되는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
들도 경영합리화를 위해 인원감축 자산매각 조직축소 등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닌데 대주주의 책임경영이 보장되지 않고는 효율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본다.

물론 은행이 부실화되거나 대주주의 사금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독
기관의 철저한 사후감독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같은 안전장치는 소유주가
외국자본이건 국내자본이건 가리지 않고 모든 금융기관에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지 경제력집중의 방지라는 정책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