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고용안정대책의 골자는 실업급여제도의 대폭적인 확충에
있다.

능력개발사업이나 고용안정사업 등 중장기적 대책보다는 단기적으로
대량실업의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인력수급의 균형은 최대한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가 정상화되면 실직인력들이 언제든지 노동현장에 재투입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정리해고제의 조기양성화"와 "지속적인 고용안정"이라는, 두가지
상충된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조율해 내야 한다.

또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 신규및
이.전직인력의 노동시장진입을 터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마찰적 실업자들을 장기간 방치하다가는
산업구조조정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실업대책 =정부는 기존 고용보험제도의 재정비를 통해 대량실업을
억제하고 실업의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구사할 계획이다.

해고보다는 임금하향조정이나 근로시간단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지원도 기존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량실업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진 이 대책은 이른바 "고용유지지원
프로그램"으로 불리고 있다.

고용유지지원 프로그램을 따르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병행, 기업들이 해고를 회피할 수있도록 적극 유인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과잉인력이 발생한 경우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유급휴직을 시키거나 하청및 협력업체에 파견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와함께 기왕 발생한 실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업급여 적용요건을 대폭 완화, 작년에 5만여명에 불과했던 실업급여
수령대상자를 올해는 최대 20만명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만약 올해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서게 되면 고용보험적용사업장을 현행
10인이상에서 5인이상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정리해고 조기허용 =여야3당 등 정치권은 이달말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
에 대한 정리해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합의한데 이어 다른 분야에까지
정리해고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이미 정리해고도입을 기정사실화한채 노동계 설득에
직접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라경제전체의 차질없는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리해고제의 조기양성화가 불가피하는 인식을 깔고 있다.

특히 당장 M&A(인수합병)대상에 올라 있는 제일/서울은행및 일부 부실
기업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수자측의 고용승계부담을 없애 줘야 할 문제
까지 불거져 있는 상태다.

정부가 이번에 실업급여기금을 1조원으로 대폭 늘려 잡은 것도 이같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