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조련사 조지 소로스가 새해 벽두 한국을 찾았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 당선자와 대한투자를 상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조지 소로스.

그는 유명인답게 닉네임도 많다.

월스트리트의 큰손, 금융계의 황제, 베팅의 귀재, 금융의 연금술사,
환투기의 마법사, 유럽중앙은행들의 기피인물 1호 등 다양하다.

별명에는 모두 다 사연이 있다.

지난 92년 9월 그는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를 공략목표로 정했다.

뱅크 오브 잉글랜드와 대결을 벌였다.

1주일만에 은행을 굴복시키고 소로스는 10억달러를 벌어갔다.

독일의 마르크화를 간접적으로 활용했다.

이때부터 유럽중앙은행들은 소로스를 기피인물 첫번째로 꼽기 시작했다.

지난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동남아 금융시장의 혼란이
시작될때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는 공개적으로 소로스가 환투기의
주범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소로스는 소수의 돈많은 갑부들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수요-공급이론은 이미 죽었다고
단언한다.

소로스의 삶을 지배하는 주제는 "열린사회의 불확실성"이다.

세상은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를 먼저 간파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이름도 양자역학(퀀텀 메커닉스)의 불확실성
원리에서 착안해 "퀀텀펀드"라고 지었다.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기법을 소개한 "금융의 연금술"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일반투자자들이 탄 마차에 함께 올라타되 다른 투자자들이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먼저 마차를 내린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그가 움직이면 멀리서도 그 진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방한소식이 전해진 지난3일 우리나라 증시는 9.18포인트가 오르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소로스주가의 전주곡"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IMF 한파와 M&A 바람을 탈 올해 증시의 전도가 정말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