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경제의 상황은 마치 사람이 동맥경화증이 도져 심장마비
직전에 이르러 병원에 긴급히 입원하게 된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고 하겠다.

상당기간에 걸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누적되어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심장수술이다.

매우 어렵고 위태한 수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잘 넘긴다 해도 동맥경화증을 불러온 평소의 여러 가지의
나쁜 생활습관을 고쳐야만 한다.

우선 술과 담배를 끊고 식사도 절제해야 한다.

특히 육류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 무엇보다도 매일 30분이상 운동을 해야한다.

한국경제도 IMF의 집도아래 일대수술을 받고 있다.

금융과 재벌부문의 구조조정이 바로 이러한 수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외국의 기업과 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오도록 하기에
충분치 못하다.

우리 한국인들은 오늘날의 동맥경화증을 유발시켜온 몇 가지의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이것 또한 버려야하는 것이다.

그중 세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우리 한국인은 외국인을 경계하고 배척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외국인혐오증( Xenophobia )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증세가 아주 심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정평이 나있다.

기술과 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해 외국인투자를 환영한다고 말은 하면서
이에 대한 문호개방이 아시아에서 가장 뒤늦었으며, 문호개방을 해놓고도
외국인투자에 대해 여러가지 차별적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또 외국인과
내국인간에 노사분규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노동 법원 국세청 관세청
검찰청 등 관계관청에서는 외국인들을 실질적으로 차별하는 것으로 평이
나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 한국인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통해 국민소득을 창출해 주고 기술과 지식을 전수해 주며 국내의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기는 한국인기업에 결코 못하지 않다.

정부와 국민들은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외국인기업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그결과 무책임하고 무능한 내국인경영자가 보호받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된다.

또 한국주둔 미군병사 등 한국주재 외국인과 내국인사이에 말썽이 생기면
언론과 국민은 일제히 외국인을 매도하고 때로는 사회단체가 나서서
반미데모를 벌이기도 한다.

소비자단체는 외국제품 소비를 아예 매국행위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둘째, 우리 한국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언필칭 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가격기능을 불신하고 억제해 왔다.

전기 수도 각종 교통서비스 등의 요금은 아예 공공요금이라 하여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다.

수많은 소비재의 가격도 정부의 "물가억제정책"의 대상이다.

금리는 겨우 최근에 와서야 자율화되었다.

이와같은 정책과 관행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결정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정부의 무책임한 방임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향은 이른바 "경제위기"때 뚜렷이 드러난다.

예컨대 기업은 정부가 "특단의 조치"에 의해 임금을 "동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시민들은 외화부족이다 혹은 외환위기다 하니까 석유를 절약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자동차운행을 규제하라고 한다.

10부제 혹은 2부제를 실시하거나 심지어는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하라고
한다.

자동차운행도 강제행위이며 그것의 규제는 간접적으로 생산의 위축과
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

유류가격의 인상은 이와 같은 생산활동을 왜곡함이 없이 유류의 절감을
가져오고 세수를 가져다주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들은 관이 경제에 관여한다하여 매도하면서도 관의
관여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결과 기업의 자유와 수익성이 억압되고 투자가 억제되는 것이다.

셋째, 우리 한국인들은 경제운영에 있어서도 합리성보다 "국민정서"를
더 존중한다.

그결과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경제정책을 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우리 한국인들 자신의 눈에는 이와 같은 경제정책의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논리와 합리성을 따지는 사람은 "현실을 모른다"고 매도당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이 국제사회에서도 수긍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로인해 한국은 국제적 신명을 잃고 조소꺼리가 되곤 한다.

예컨대, 우리는 아직까지도 내국인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입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는데 있다.

그래서 OECD가입시 국경간 적대적 M&A의 자유화를 요청 받았을 때
한국정부는 "적대적 M&A는 한국내에서는 국민정서상 용납될 수 없다"라는
논리가 아닌 논리로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비합리성으로 인해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많은 외국인의
눈에 "떼"를 잘 부리는 "문제아"로 마저 비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다시 한번 선진화의 제도에 올라야 한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세계화"를 부르짖었다.

사실은 이것부터가 우리의 비합리성을 나타내는 소지였다.

세계화는 90년대의 새로운 여건이요 하나의 객체적 현상인 것이며 우리의
정책적 혹은 전략적 선택일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대응을 요구하는 하나의 도전인 것이며 이에대한
우리의 대응은 실상 "국제화"에 있는 것이다.

경제와 사회의 국제화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생산활동과 생산적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제도를 "수술"해야할 뿐 아니라 외국인의 배척,
가격기능의 억압과 합리성의 무시,이들 세 가지의 나쁜 버릇을 버려야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