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영국대사로 위촉합니다.''

영국의 간판기업인 브리티시텔레콤(BT) 회장실에 올해초 이같은 전문이
날아왔다.

외무부가 이안 밸런스 BT회장을 정부의 특별대사로 임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로부터 특별대사로 위촉받은 인물은 밸런스회장만이 아니다.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 항공사 브리티시에어웨어스(BA) 등
대기업의 거물급 경영인 30여명이 한꺼번에 특별대사에 취임해달라는
위촉장을 받았다.

영국정부는 최근 업계의 해외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정부의 특별대사로 임용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글로벌시대에는 기업인이 정치인보다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자는 발상이다.

글로벌 기업인들의 국제감각 역시 외교관보다 한수 앞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특별대사에 취임한 최고경영자들은 BT의 밸런스회장을 비롯해 BA의
마샬회장, BP의 브라운회장, 롤스로이스의 로빈스회장 등 거물급 재계인사가
망라돼있다.

앞으로 이들이 바로 해외에서 ''영국주식회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영국 외무부에 따르면 특별대사는 해외로 출장갈 때 정부 대표로서의
활동을 겸한다.

별도의 급여는 없다.

''외교활동''도 전적으로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가 주관하는 투자유치사업 등에 참가할 경우 숙박비 및
교통비의 일부는 정부가 부담해준다.

기업인의 특별대사 임명은 경제강국의 기치를 내건 토니블레어 새정부가
법인세인하 등과 함께 추진해온 ''업계 힘실어주기''의 또 다른 모습니다.

나아가 글로벌 경쟁시대 해외비즈니스에 관한 한 관민이 따로없다는 점을
정부가 앞장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