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된 14개 종합금융사의 개인예금 인출이 시작된 5일 하루에만
6천7백여명이 4천4백여억원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종금사의 예금대지급업무를 관리하고 있는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
관계자는 그러나 "이는 지급신청 접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번호표만
받고 지급신청을 하지못한 고객이 훨씬 많아 이날 개인들이 인출하려던
예금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정지된 14개 종합금융사가 예금 지급업무를 개시한 첫날인 5일
눈내린 뒤의 추운날씨에도 이른 새벽부터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

부산 시내 신세계 항도 한솔 고려종합금융 등에는 오전 5시께부터 각각
4백~8백명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서울 명동 대한종금과 중앙종금
본점에도 오후 1시까지 창구를 찾은 고객이 9백70명과 1천3백명을 각각
돌파.

경남종합금융은 평시보다 2시간 빠른 오전 7시30분께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던 3백여명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기도.

<>.종금사들은 예금주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면서 지급신청을 하도록
조치했으나 이날 창구에서 지급신청을 받을 수 있는 숫자가 1백50~3백명에
불과, 상당수 고객들은 헛걸음을 하게 됐다며 항의.

작가활동을 한다는 김호택(52)씨는 "돈은 오늘 못내줘도 기왕 온 사람들은
종금사가 저녁 늦게까지라도 지급신청을 받아야 되는게 아니냐"며 항변.

종금사들은 14개 종금사의 개인고객 5만여명이 2조9천억원의 예금을 모두
지급받는데는 최소 7일 정도는 걸릴 것으로 자체 전망.

중앙 나라 등 대부분의 종금사는 회의실을 고객대기실로 활용하고 임원까지
투입해 고객들을 안내했으나 불안한 고객들이 객장을 뜨지 못해 오전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

<>.종금사가 몰려있는 서울 명동이나 지방소재 종금사 창구 앞길에는
H증권 H은행 J투자신탁 S증권 등의 금융판촉사원들이 나와 발빠른 고객유치
활동을 벌여 눈총을 받기도.

<>.종금사들은 떠나가는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를 대거 인상하는 등
안간힘.

신한종금은 기존 예금을 재예치할 경우 종전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25~30%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배포.

중앙종금도 모든 개인예금 금리를 27%로 높였다며 계속 예치해둘 것을
권유.

중앙종금은 또 "대주주인 동국제강이 1천억원, 제일화재와 LG화재가 각각
1백억원씩 증자키로 한데다 6백5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해 IMF가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을 맞출수 있다"고 주장, 눈길을 끌기도.

<>.수익증권과 환매채(RP)에 대한 예금지급은 "당분간 안된다"(대한종금),
"내일부터 지급된다"(나라종금), "1주일뒤에 가능하다"(중앙종금), "7일부터
지급가능하다"(삼삼종금) 등 모두 제각각이어서 여러 종금사에 투자한
고객들은 혼란.

이는 재경원이 수익증권과 RP예금에 대해서는 종금사의 자체 자금으로
알아서 지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