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거시정책 프로그램은 물가상승과 통화경색 등 최근
우리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3%로
떨어뜨리는등 오히려 외채상환능력을 훼손시키게 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일 "IMF 거시정책 프로그램 평가 및 98년 경제전망"을
통해 IMF가 EC방식에 따라 물가 5%, 통화유통속도증가율 <>1.5%를 전제로
성장률 2.5%, 통화증가율(M3 기준) 9% 등의 거시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했으나
이는 달성불가능한 목표치라고 주장했다.

EC방식이란 고전학파의 화폐수량설에 근거한 거시지표 추정방식으로
통화증가율과 통화유통속도 증가율의 합이 물가상승률과 실질경제성장률의
합과 같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IMF 프로그램에 대한 반박 근거로 우선 통화유통속도 증가율이
IMF가 제시한 마이너스 1.5%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통화유통속도가 지난 3년동안 평균 마이너스 4.5%에 달하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기관들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준수하려는
과정에서 금융경색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통화유통속도가 적어도 마이너스
4.5%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IMF의 추산대로 통화유통속도 증가율이 마이너스 1.5%로 개선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해 93% 상승하고 올해도
연평균 27% 상승할 전망이어서 소비자물가도 IMF의 목표치인 5%를 크게
상회한 7.5%이상 치솟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상황에서 M3(총유동성)기준 통화증가율을 9% 이내로 하는
초긴축기조를 고집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따라서 통화증가율을 IMF가 권고한 9%보다 높은 15% 수준으로 유지해야
2.5%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IMF의 요구대로 통화증가율을 지나치게 묶어둘 경우 자금시장의
경색을 더욱 부채질해 기업의 흑자도산을 양산하는 등 우리경제를 필요이상
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