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영화.비디오사업을 접는다.

SKC는 지난 몇년간 적자에 허덕여온 영화.비디오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지난해말 담당부서에 통보했다.

SKC는 2월1일자로 영화.비디오 관련부서를 없애고 담당인력을 타부서로
전출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 현재 보유중인 영화판권의 판매를 위해 판권관련팀은 당분간
유지시키기로 했다.

또 영상소프트웨어 분야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컴퓨터게임사업은
존속시키기로 했다.

SKC의 영화.비디오사업 철수는 관련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비디오업계는 최근까지 SKC가 판권구매에 의욕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비디오시장의 한 축을 이루던 SKC가 무너짐으로서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94년부터 SKC가 선도해온 소비자직판(셀스루)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SKC는 84년 태동된 국내 비디오시장에 뛰어들어 업계를 주도하며
대우영상사업단(우일 시네마트), 삼성영상사업단(스타맥스)과 함께 "빅3"로
군림해 왔다.

SKC는 급성장하던 비디오 대여시장이 정체.감소로 돌아선 94년부터
적자폭이 커지면서 경영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95년말 흥행이 확실한 워너, MGM 등 할리우드직배사의 판매대행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작품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로 인해 줄곧 고수해온 브랜드별 매출액 1위자리를 96년 시네마트에
넘겨줬다.

SKC는 갈수록 악화되는 채산성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관리조직을
축소하고 직판영업망을 폐쇄하는 등 자구노력을 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에비타" "컷스로트 아일랜드" "티벳에서의 7년" 등 1백만달러 이상의
거액을 주고 들여온 외화가 극장흥행에 실패하고 비디오 판매에서도
적자폭을 만회하지 못해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SKC는 지난해초부터 영화.비디오분야의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현금거래여서 자금조달에 유용한 "현금주머니"역할을 한다는
강점과 영화보다 수익이 고르다는 이점을 가진 비디오사업을 포기한 것은
앞으로의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데다 IMF 한파에 따른 그룹 차원의
부실사업 정리 방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소식.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93년을 정점으로 국내 비디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SKC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과당경쟁과 유통망의 무리한 투자는 비디오판권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고 직배사들의 횡포를 가능케 했다는 것.

이는 고스란히 대기업들의 부담으로 돌아왔고 비디오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SKC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죽이는 이야기" "곡스" "티벳에서의 7년" 등
SKC 보유판권의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품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제작사들이 적극적인 구매가 예측되고,
셀스루 상품엔 브에나비스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