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당초 9%로 잡았던 올해 총유동성(M3)증가율을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25%를 웃돌고 있는 실세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속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축완화방침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우리는 IMF의 구조조정요구가 우리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옳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재검토가 필요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지나친 긴축이 몰고올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는 "IMF가 재정적자를 통화증발로 메워온
나라들의 구조조정에는 익숙하지만, 한국과 같이 해외 은행들이 융자자금을
회수해 빚어진 민간부문 위기를 다루는데는 능숙하지 못하다"고 지적,
금융긴축과 고금리라는 IMF의 정형화된 처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공황을 오히려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삭스 교수의 이같은 시각이 국내 경제상황에 비추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금융긴축과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침이 맞물려 은행들의 대출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이에 따라 건실한 수출업체들조차 도산위기에 직면하는 등
그동안 나타난 현상을 되새겨보면 특히 그러하다.

올해 우리 경제운용계획은 오는 8일 IMF 이사회에 보고된 뒤 9일 발표될
예정이나 당초 3%로 잡았던 성장률을 1~2% 내리고, 5%로 잡았던 물가상승률은
7% 안팎으로 조정될 것이란 얘기다.

유통속도를 감안한 유동성증가율이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을 합친 숫자
수준이 돼야 적정하다는 일반적인 이론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초 정부와
IMF가 합의한 9%를 상당폭 올려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통화유통속도가 작년에도 떨어졌지만 올해는 지금추세로 갈 경우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란 민간연구소들의 분석을 감안할 때 그런 결론이 나온다.

금융기관통폐합 등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통화유통속도가 그 어느
해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은 필지라고 볼때 명목상 유동성증가율을 좀더
높게 잡는게 순리다.

우리는 어떤 지표보다도 더욱 중요한게 금리라고 본다.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고금리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실세금리가 20%를 웃도는 선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믿는다.

IMF가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 규정을 없애라고 요구한 진의를 우리는
시장기능을 존중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똑같운 논리로 콜금리를 몇%이상으로 유지하라는 등의 요구도 시장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물가 성장 통화유통속도 등 현실, 곧 시장상황에 어긋나는 긴축도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이 기업 모두를 도산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적정금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유동성공급은 절대로 보장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