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년 새해를 맞아 기업들이 IMF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경영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IMF시대 위기극복전략의 요체는 ''구조조정''과 ''생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과거의 틀은 모두 잊어버리고 백지에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한다.

IMF 한파가 매섭다지만 결코 피할 성질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맞아들여 미래를 향한 새로운 경영틀의 기초로
삼겠다는 게 기업들의 각오다.

주요 그룹의 IMF시대 극복전략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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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정면돌파한다"

현대그룹이 마련한 IMF시대 생존의 열쇠는 수출이다.

현대는 지난 연말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 외화가득목표를 2백81억원으로
확정한데이어 6일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 1백여명이 경기도
용인의 현대인재개발원에 모여 앉아 수출증대방안을 놓고 밤샘토론을 벌였다.

현대가 IMF위기극복의 해법을 수출에서 찾으려는 것은 "우리경제의 위기는
외화부족에서 비롯된만큼 기업들이 외화가득액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정몽구회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2년만에 연초 그룹 사장단회의에 직접 참석해 수출을
독려한 것은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그룹의 창업정신을 사장단들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 위기탈출의 선봉에 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다.

현대는 따라서 상품수출은 물론 건설 해외운임 등 가능한 외화가득원을
총동원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편 수입규모도 줄여 외화수지 규모를 대폭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현대는 우선 올해 2백81억달러를 벌어들여 1백80억달러이상을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해 외화수지 1백21억6천만달러에 비해 무려 48.6%가 늘어나는
것이다.

외화수지를 50% 가까이 늘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한 일이 회사의 경영체제를 수출총력체제로 전환
했다.

우선 각사별로 수출대책팀을 구성하고 그룹 종합기획실에 수출점검반을
설치해 회장이 직접 수출실적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매월 열리는 사장단회의에서 수출을 중점 관리하는 외에 분기별로
수출주력 23개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수출확대전략회의를 갖기로 한
것은 큰 변화다.

각사의 수출성과 파악은 물론 전략을 평가.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이 회의는 분기마다 열려 수출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해 나가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두번째 IMF시대 극복전략은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차입경영의 탈피다.

현대는 IMF체제로 접어들면서 IMF가 재계에 요구하는 사항은 적극
수용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다.

등떠밀려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그룹의 체질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결합재무제표 작성은 물론 이미 재계 처음으로 실시한 사외이사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가기로 했다.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계열사의 상호지급보증을 단기간내 축소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만큼은 반드시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2~3년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거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조조정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계사업의 정리작업에는 더이상 망설일 것이 없다는 태세다.

이와함께 핵심역량으로 선택된 사업에는 그룹의 모든 자원과 힘을 집중할
준비도 갖춰 가고 있다.

시설투자를 40%나 줄이면서도 R&D(연구개발)투자는 13% 늘려 반드시 수행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선택된 사업에 대한 집중의 의미라는 설명이다.

세번째는 "베스트 파트너십"이다.

협력 기업과 우호적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한편 이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개선하는데 적극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협력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이 궁극적으로 현대그룹의 제품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노사관계의 베스트 파트너십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회사가 어렵더라도 법이 보장하는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