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 재편의 태풍이 몰려온다"

이제막 걸음마를 시작한 이동통신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IMF한파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전례없는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과 IMF체제가 맞물려 누구도 이동통신시장
재편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곳은 이동전화업계.

이시장은 SK텔레콤 신세기통신등 이동전화 2사와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등 PCS(개인휴대통신) 3사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 가입자 증가세가 경기침체로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자금난까지
견디며 가입자를 유치해야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이동전화와 PCS를 합쳐 총 3백57만명의 신규가입자가 증가했던
상승세가 연말부터 30% 가까이 꺾이면서 올해 신규가입자가 2백50만명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PCS업체들은 각각 1백10만명, 이동전화업체는 각각 80만명등
총 4백90만명을 새로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누군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사장은 "올해 명백히 드러날 업체간의 우열이
인수합병(M&A)을 촉발해 과도한 투자비를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쓰러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신세기통신의 진로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있다.

1대주주인 포철과 2대주주인 코오롱이 경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에어터치등 외국주주의 M&A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입자 유치에 실패한 1개 PCS업체가 M&A될 가능성도 있다.

삐삐업계에서는 동종업체간의 M&A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모 지방 삐삐업체가 대주주의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수도권의 동종업체가 인수를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삐삐가입자가 지난해 11월 1천5백만명을 넘어선 상태에서 수도권에서
해피텔레콤이, 부산.경남에서 세정텔레콤이 새로 참여해 전국적으로 13개
업체가 경쟁을 벌임에따라 더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같은
M&A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티폰과 무선데이터통신은 정리대상으로 전락했다.

지역시티폰사업자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서비스개시 1년도 안돼 사업권을
반납키로 했다.

무선데이터사업자인 한세텔레콤은 TRS(주파수공용통신)사업자와 2개의
동종사업자등 5개사와 경쟁을 벌인지 2개월만에 장비가격의 급등과 1백명선에
그친 가입자로 인한 자금난으로 쓰러졌다.

다른 무선데이터사업자와 TRS업체들도 자금난을 겪고있어 쓰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장호 LG텔레콤사장은 한차례의 IMF한파에도 무너져 내리는 이동통신
산업에 대해 "전망이 없는 서비스를 과감히 정리해 경쟁력을 배양한후
해외시장을 개척해야만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브라질의 이동전화사업권에 도전장을 내고 LG텔레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지역에서 하반기부터 PCS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등이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정욱 SK텔레콤사장은 "눈앞의 경쟁에 몰두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업체는 반드시 쓰러질 수 밖에 없다"며 기술개발로 IMF한파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