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3월말까지로 돼있는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충족시한을
연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또 3월말을 기준으로 해 유가증권평가충당금과 대손충당금을 1백% 쌓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또다시 기업대출및 외화자산등을 축소할 계획이어서
3월중 금융대란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MF 긴급업무국의 데이비드 골즈브로 부국장과 피터 헤이워드 자문관은
6일 은행회관에서 은행 종합기획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재무건전성
충족시한을 연기해 달라는 은행들의 요구에 대해 "해외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은행회계의 불투명성을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며 당초의 IMF
일정대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또 "제일 서울은행은 감독기관이 자구계획을 승인한후 4개월 이내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한다"며 "자구를 단행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IMF 이행각서를 준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골즈브로 부국장은 이어 지급보증및 확정부신탁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지에 관해선 IMF 차원의 세부적인 지침이 없다고 언급하고,
그러나 IMF는 은행들이 조속히 국제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IMF측은 특히 은행들이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평가충당금을 적립할 때
기준이 되는 시점은 3월말 현재라고 못박아 금융권 일각에서 거론됐던
"97년12월말기준 적립" 논의를 일축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지난 연말기준으로 BIS비율 8%를 충족했으나 유가증권
평가손을 50%만 반영했기 때문에 1백% 반영할 경우 BIS비율은 4%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발 시중은행들의 경우 유가증권평가손의 규모가 8천억~9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4천여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인해 은행들은 지난 연말에 이어 또다시 3월말까지 대출 등 위험자산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관계자들은 "IMF가 3월말까지 명시적으로 BIS비율 8%이상을 유지하라는
얘기는 없지만 BIS비율 8%는 사실상 은행의 살생부는 다름없다"며 경영의
초점을 여기에 집중시킬 것임을 밝히고 있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본증가 또는 자산축소의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증시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시일마저 촉박해 자본금 증자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은행및 지방은행들은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긴 하지만
BIS비율 8% 달성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종전보다 더 강도높게, 더 심도깊게 자산축소를 실시할
방침이다.

만기대출금의 연장을 억제하고, 수출입금융은 취급하지 않으며, 신규자금
공급은 사실상 중단할 태세다.

원화자금시장의 경색이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한계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지속됨은 물론 우량한 기업마저 흑자도산하는
사태가 예상된다.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논의중인 어음제도 개선안을 서둘러 확정, 융통어음
등을 부도내더라도 기업은 부도처리되지 않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며 "자칫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국가의 젖줄인 수출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