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관리방향이 전면적으로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장률은 1%대로 크게 떨어지고 물가는 크게 오르는 등 경제전망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그러진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어서다.

IMF가 지난 12월초 양해각서를 작성한지 불과 한달여밖에 지나지 않아
이렇게 된것은 당초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경제가 흘러가면서 IMF의
긴축프로그램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IMF측 협의단도 금융시장이 계속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대외차입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놓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및 한국은행관계자들은 전했다.

IMF측의 당초 프로그램은 금융산업구조조정과 재정긴축 금융긴축 등을
통해 경제의 거품을 빼고 금융시장개방과 고금리정책을 유지하면 해외자본이
유입됨으로써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날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초 3% 수준은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내수와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돼 급격한 성장률둔화가
불가피하게 된것이다.

또 재정지출은 3조6천억원을 삭감하고 세금을 3조3천억원 추가징수하면
된다는 전망이었으나 경기둔화에 따라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4-5조원
추가로 덜 걷힐 것으로 예상돼 재정지출 삭감폭은 8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부실금융기관퇴출과 통화긴축의 와중에서 콜금리가 당초 예상
했던 30%를 크게 웃도는 40%에 달하고 환율도 단기간내에 안정화되리라는
예상을 벗어나 달러당 1천8백원선까지 올랐다.

채권시장전면개방과 현금차관허용 주식투자한도확대 등 정부가 약속한
모든 자본시장개방을 조기에 완료했는데도 해외자본이 밀려들기는 커녕
고금리와 고환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IMF측은 통화증가율을 당초 올해 억제목표였던 9%에서 12%이상
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는데 동의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하나같이 IMF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경제는 점점 더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수지만이 급격한 성장둔화에 따른 소비와 투자위축으로 20억달러가량의
소폭 흑자로 돌아서 당초 예상보다 호전되리라는 전망이다.

IMF 협조융자 초기에 제프리 삭스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개발연구소 교수는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IMF식 해법은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통화증발을 통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온 중남미 국가들에나
유효하다.

한국을 비롯,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재정이 건전한 편이고
민간부문 저축률도 높다.

재정삭감과 통화량 축소는 금리급등을 일으키고 상당기간 경기침체를 몰고
올 것이 뻔하며 이는 한국에 득보다 실이 많은 고통스런 조치"라고 지적
했었다.

급전을 얻어쓰는 상황이어서 할말이 없게 돼 있으나 우리경제엔 IMF
프로그램이 잘 맞지 않는것 아니냐는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