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조훈현9단이 귀중한 1승을 챙기며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조9단은 6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한국통신프리텔배 제5기 배달왕기전 도전5번기 제3국에서 도전자 이창호9단을
맞아 1백70수만에 백으로 불계승, 종합전적 1승2패를 기록했다.

이번에 패하면 지난해 빼앗은 타이틀을 이9단에게 다시 내주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조9단은 이날 초반부터 강수를 두어 기선을 제압한
뒤 시종 우세한 바둑을 펼친 끝에 완승을 거뒀다.

백을 쥔 조9단은 포석단계에서 24로 우상귀 흑진영에 침투, 실리를 챙긴뒤
흑세력을 교란시키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

이곳에서 백은 귀를 살리면서 우변중앙의 백돌도 경쾌한 모양을 만들어
이9단의 예봉을 봉쇄시키는데 성공했다.

초반 상승세에 힘입은 조9단은 대국중반까지 발빠른 행마를 지속, 이9단의
공격을 노련하게 요리하면서 우세를 유지했다.

열세를 느낀 이9단은 좌상귀에서 흑73으로 붙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조9단은 이곳에서 흑집을 내주는 대신 우상변 백돌을 중앙으로
연결시켜 선수의 묘를 살려나갔다.

조9단은 이어 하변에 집을 키우고 우하귀의 패를 해소시켜 대세를
결정지었다.

이9단은 종반에 열세를 만회키위해 중앙의 백세력권에 침투해 보았으나
여의치않자 백1백70에 맞서지않고 깨끗하게 돌을 던졌다.

이9단은 결국 초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해 타이틀 획득 일보직전에서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제4국은 오는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검토실은 많은 프로기사들로 붐벼 눈길.배달왕기전은 올해
첫 공식대국이자 최근 잇따라 타이틀전을 벌이고 있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간 대결이어서 연초부터 관심이 고조된 것.

한국기원측도 이날 대국의 결과가 올해 전개될 각종 대국의 승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돼 프로기사들이 깊은 관심을 보인것으로 분석.

이날 대결이 2패를 기록했던 조9단의 승리로 판가름나자 검토실의 기사들은
올해도 조9단의 만만치 않은 선전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편 두 대국자는 9일 기성전2국에 이어 이달 중순엔 대왕전4국을 벌일
예정.

도전자의 입장인 조9단은 기성전에서 1승으로 앞서 있으나 대왕전에서는
2승1패로 이9단에 열세.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