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에 IMF개입이 겹쳐 개혁을 향한 백가쟁명의 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여당내 정권교대가 아닌지라 급전직하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마치 코끼리를 만진 장님들의 평처럼 제각기 다른 것은
오히려 불가피하다고도 할수 있다.

그러나 설령 문제가 복잡할수록 가닥을 잡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된다.

혹자는 경제추락의 근본원인이 정치에 있다 하고, 혹자는 방만한
기업경영을 주범으로 지적한다.

또 6.29 이후 생산성을 앞지른 임금의 과다인상에 따른 경쟁력 실추가
주인으로 지적되기도 하고, 1만달러 소득에 2만달러를 지출한 소비자의
낭비벽을 앞에 내세운다.

그 외에 서구의 아시아협공이라는 외적요인을 들기 까지 다양하다.

찬찬히 보면 그 모두는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선후 경중 완급을 가려야 하고, 그에 맞추어 목표와
방법에 객관적으로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하며, 대소 시행주체들로 하여금
그 기준을 따르도록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

바야흐로 IMF의 요구조건 충족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
현실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IMF의 요구조건을 한국경쟁력 회복의 양약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간과해선 안될 일이 있다.

그것은 세상에 다시 없는,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묘방묘책이란 있을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대선전 이후 오늘날까지 제기된 수많은 대안들, 가령 정경유착
단절이라든가, 기업집중 완화와 중소기업육성, 금융의 비즈니스베이스
운영 등등 그 어느것 하나도 우리가 까맣게 모르던 새 방법이 아니라 너무도
잘 알려진 기존의 원리원칙들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구현되지 않는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지식과 노하우의 부족이 아니라 그 실현을 막는 원인,
주범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 대한 솔직성없인 불가능한 일로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잘못, 원칙과 규칙 위반을 눈감아주는 묵인이며 배임이라고 믿는다.

그 묵인과 배임은 비뚤어진 의리와 "봉투"면 만사형통의 두가지로
대별된다.

다시 말해 관존민비 감투지상의 가치관과 함께 연고주의, 증수회만연이야
말로 이 사회를 영구정체시키는 근본요인인 것이다.

새 정권은 "모든 부패의 온상은 규제"라는 경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 정부의 가장 큰 역점을 부패와의 단절로 삼지 않는 한 5-6공, 김영삼
정권과 아무런 차별이 있을수 없는, 개미쳇바귀 돌기가 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새 집권당은 부패단절,즉 봉투추방 한가지
만이라도 구현시킴으로써 역사의 전환점을 기필코 만들어주기 바란다.

만일 멀지않아 새 집권자주변과 정부가 봉투거래와 감투싸움으로
오염되기 시작하면 사태는 이전의 정권때보다 급속히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

말이 그렇지 실직자가 양산되는 금후 몇달뒤부터는 세상인심이 거칠어져
어떤 희생양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