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이 98년 공연계의 대표적인 조류로 등장하고 있다.

MBC, SBS 등 방송사의 문화사업부와 삼성영상사업단이 1~3월 대형
신파극및 악극무대를 잇달아 선보이는 것.

실험연극의 선두주자인 대학로 소극장들도 악극이나 가극을 기획,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 공연들은 어려운 현실때문에 울고 싶은 사람들에게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첫무대는 10~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올려지는 MBC의 "불효자는 웁니다".

50년대 부모의 조건없는 사랑과 희생을 통해 효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로 만들어진다.

무대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속에 절망에 휩싸였던 50년대 서울.

일류대학에 합격한 시골행상 최분이의 아들 박진호는 부잣집 딸 김애리를
만난다.

그는 출세를 위해 애인 옥자를 버리고 부잣집 사위가 된다.

충격을 받은 옥자는 나락의 길로 빠져든다.

진호는 물질적 보상만으로 효를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니는 아들과
옥자의 타락을 보고 절망에 빠져 행려병자가 된다.

판에 박은 듯한 신파극의 줄거리를 답습하고 있지만 탄탄한 구성과
나문희 이덕화 나현희 최종원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의 눈물보를
터트리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건 극본, 문석봉 연출,최종혁 음악.

문의 : 368-1515.

93년 "번지없는 주막"과 지난해 "울고넘는 박달재"로 신파극의 인기를
재현한 SBS는 2월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악극 "눈물젖은
두만강"을 공연한다.

1930년대 만주땅에서 독립군으로 활약한 청년의 타향살이, 이산가족간의
그리움,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 등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눈물젖은 두만강" "황성의달" "물새우는 강언덕"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 장년층의 귀에 익은 30여곡이 불려진다.

윤문식 박주봉 박인환 김진태 양재성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수 있다.

김상열 작.연출, 박상규 안무.

문의 : 369-2911.

3월말~4월중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예정인
삼성영상사업단의 "눈물의 여왕"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신파극으로 꾸며질
전망이다.

왕년의 인기배우 전옥씨와 그의 악단 "백조가극단"의 활동을 극화한 작품.

6.25 전후 빨치산과 토벌대의 대결속에 피어나는 적과의 사랑이 극의
또다른 축을 이룬다.

그러나 현대극 연출가 이윤택씨와 클래식 지휘자 정치용씨의 음악이
"눈물없이 볼수 없는" 종래 신파극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무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페라풍에 신파극을 액자식으로 삽입한 장르가 바로 그것.

이혜영 전도연 조민기 등 출연.

문의 : 3458-1236.

이런 신파극은 고정관객인 노년층뿐 아니라 IMF한파로 산업역군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대상이 돼버린 장년층을 새로운 관객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난이 문화계 흐름의 일단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공연기획가 강준혁씨(메타 대표)는 "세상살이가 어려울 때 복고풍의
멜로가 문화계의 주된 양식으로 등장한다.

올해의 신파극은 이러한 현상의 한 예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