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인하, 부킹세일, 회원권 분양가 하향조정, 식음료대 인하,
인원감축, 경비절감..."

IMF 한파에 이어 특별소비세 인상이란 치명타를 맞은 골프장들이 새해를
맞아 생존전략을 찾느라 부산하다.

내장객은 줄어드는데도 입장료는 올려야하는 심각한 상황을 헤쳐나갈
묘수를 찾기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

골프장들은 그래서 IMF 시대에 맞게 몸집을 줄이는 한편 한사람의
골퍼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특화에 나서는 등 다각적이고 독특한
경영전략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골드 코리아 클럽900 경기 태인 올림픽CC등은 이미 그린피를 인하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스스로 취한 조치였다.

"시설을 놀릴 바에야 싼값에라도 골퍼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골퍼들이 넘쳐나 가만히 앉아서도 사업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골퍼들을 찾아나서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경기CC 김헌수 상무는 새해들어 급변한 경영환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에는 특히 "부킹세일"이라는 생경한 말도 심심치않게 들을수 있을것
같다.

주말이 아닌 평일, 특히 주초에는 골프장이 텅 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팀 미만, 최악인 경우 3팀 정도만 라운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주말에도 빈자리가 나는 골프장마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은 3,4월의 시즌이 돼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 결과 경기북부의 한 골프장은 지난해말부터 일산 능곡지역 연습장에
"제발 단체팀을 보내달라"며 통사정을 했을 정도다.

골프계에 부킹세일이란 새로운 현상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을 볼수있는
사례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그린피차등화, 골프장등급화를 부채질하게 됩니다.

명문과 2류골프장, 평일과 주말간에 그린피 차이가 날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골프장에도 수요.공급의 원칙이 도입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근교 한 골프장 임원의 말은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골프장은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것임을 예고한다.

클럽하우스 음식값도 거품을 빼기 시작했다.

경기CC는 7천원 받던 김치찌개값을 4천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다른 음식도 비슷한 수준에서 값을 내렸다.

단 한명의 골퍼라도 골프장에서 식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임은
물론이다.

개장을 앞둔 신설골프장들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한 탈출구를
찾고 있다.

회원권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있기
때문이다.

"신설골프장들은 "회원권=억대"의 기존 개념을 수정해야 할겁니다.

몇억원씩을 내고 회원권을 마련할 수요자도 없거니와 신설이 기존골프장을
능가할만한 메리트가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보편화됐던 "소수고가"정책을 고수하기보다는 "다수저가"전략을
채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합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예컨대 반환형 주말회원권을 비롯해
일반회원 대신 다수의 평일회원을 모집하는 방법 등이 권할만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회원모집 아이디어를 쓰지 않고서는 정시개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골프장사업주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사업협회도 IMF파고를 헤쳐나가는데는
예외가 될수없다.

올해부터는 외국인골퍼의 국내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골프대회를 위한
골프장임대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외국관광객들이 골프장에 들르면 그것은 1백%의 외화가득률로
연결됩니다.

골프장이 체육 레저시설로서뿐만 아니라 외화획득의 장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습니다.

또 골프장이 없어 골프대회를 못치르는 "어이없는 사례"는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협회 김정일 전무의 말에서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잘 엿볼수 있다.

골프계 전체가 잘 돼야 골프장도 번창할수 있다는 얘기다.

골프장들은 너나없이 올해를 "생사의 갈림길"로 보고 있다.

98년을 잘 넘기는 골프장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골프장은 망할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평일 내장객 10팀 미만인 상황이 지속되면 골프장도 부도대열에
오를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볼때 98년은 골프장들의 경우 말그대로 환골탈태의 한해가 될것
같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