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일부 국가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7일 분석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AFP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양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때 그만한 이유들
이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 하나는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IMF 구제신청을 한이후 오히려 크게
폭락했다는 점이다.

태국의 통화가치는 지난해 8월 구제신청을 했을 당시 달러당 32바트정도.

그러나 7일 현재 달러당 50바트선을 넘어 54바트까지 치솟았다.

태국의 돈가치가 달러 대비 70%정도 떨어진 셈이다.

한마디로 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태국의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은 2백50억달러 정도이나 현재는
1백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앞으로 IMF와 외국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 않을수 없는 위기상황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IMF 구제금융이 결정된 당시 환율은 달러당 3천5백루피아 정도였으나
지금은 달러당 8천4백루피아까지 치솟았다.

화폐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기관들이나 기업들이 외채상환 유예 움직임을 보이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인도네시아및 태국이 새해들어 IMF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나서면서 마찰이 가시화 되는 것도 이런 루머의 또다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6일 IMF와의 약속과는 달리 확대 예산안을 편성,
양측간 마찰이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관련 인도네시아는 새해 경상적자규모를 당초 국내
총생산(GDP)대비 2% 이내로 줄이기로 했으나 새해예산은 2.5%로 편성했다고
지적하고 "IMF가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은 50대 50이다"며 회의적인 분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IMF가 지난해말 수하르토정부에 긴축정책 등 구조조정
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전하고 이로인해 미국및
IMF로 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역시 타린 님마해민 재무장관을 이달말 미국에 보내 IMF와 구제금융
조건을 재검토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국은 인도네시아 보다는 IMF에 보다 협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채권자들의 비위를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라는게 현지 금융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로서 이들 국가들이 모라토리엄 상태로 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IMF및 국제금융기관의 추가지원여부등 여러 변수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안정세를 찾아가는 우리
금융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그 결과가 상당히 우려
되고 있는 것이다.

< 김영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