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는 길목에 와있다.

앞으로 3년 후엔 새로운 백년과 더불어 새로운 밀레니엄
(Millennium :이상적시대)이 시작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나간 백년은 숱한 고난으로 점철된 몹시도 험난한
기간이었다.

일제의 압제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20세기의 반을 보내고 잘살아 보겠다고
국민 모두가 피땀흘려 노력하여 마침내 이룩한 소득 1만달러시대, 그러나
우리경제가 A학점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부자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한지 1년만에 결국 F학점이라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 마감한 1997년이었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1997년은 그래서 역사에 더욱 선명하게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수모보다는 내일의 설계가 더욱 중요한 일이기에
20세기의 마지막 3년을 시작하는 이 아침에 어떻게 하면 새출발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것인가를 간절한 심정으로 고민과 궁리를 거듭해 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지녀온 의식구조와 생활방식, 그리고 경제양태로는
다가온 21세기를 성공적으로 열어갈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적당주의와 함께 겉만 번지르르한
외형주의, 법을 어기고도 남의 눈만 피하면 된다는 범법불감증, "빨리빨리"만
외치다가 사상누각을 짓고마는 졸속관행 등 모든 고질적 병폐를 송두리째
던져버리고 근본부터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는 21세기를 맞이할 새로운 뜀틀을 만드는 첫 해이다.

이 뜀틀은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장인정신, 법규범을 준수하는
선진의식, 누구와 겨루어도 이겨낸다는 프로의식과 더불어 내일을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하는 희생정신의 네 기둥위에 누가 보아도 희혹이 없는
투명성이란 널판을 얹어 짜야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