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짙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한 수요위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중개업소엔 매물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거래두절 현상은 기업들이 내놓은 대형부동산은 물론이고
아파트 단독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 소액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종목에
관계없이 나타나고있다.

신규입주가 이루어지고 있는 수도권택지개발지구 인근 일부 중개업소엔
매매 및 전세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가 4백~5백개씩 나와 있을
정도이다.

계절적 비수기에 IMF 한파가 겹쳐 부동산시장이 깊은 동면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관망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놓고 요즘 부동산가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일단 지금같은 극심한 관망세에서
벗어나 부분적으로나마 거래가 재개되는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봄이사철 계약이 이루어지는 설연휴 직후부터 수도권요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서히 매기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초에 비해 부동산가격이 적지 않게 빠졌고, 부동산관련 제도적
규제가 잇따라 풀리는 추세인 만큼 봄이사철부터 실수요자들이 급매물을
찾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지난 가을이후 축적돼온 매수세가 봄이사철을 앞두고 급매물을
소화해낼 정도의 여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적어도 올 가을이사철계약이 본격화되는 8월은
돼야 시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분간은 시중자금경색으로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부동산시장이
개인사업자나 실직자들이 쏟아내는 매물홍수의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들은 일러도 올 상반기까지는 IMF쇼크가 부동산시장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자들의 투자의욕을 억누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두가지 견해중에서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속단할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내년 이후까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며,
그동안에는 비록 시장이 살아난다해도 간헐적으로 거래가 회복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물론 부동산가격을 밀어 올릴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게 대기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표준건축비상향조정으로 인한 아파트분양가격인상, 수도권아파트
분양가자율화임박, 토지거래신고지역폐지 및 허가구역축소, 부동산시장
부분개방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가격상승요인은 꺽여있는 투자심리를 살려내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에따라 내집마련을 앞두고 있는 수요자들은 지금당장 움직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달과 내달중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실적과 부동산
거래시장동향을 살핀후에 투자여부를 판단하는게 유리할것 같다.

설연휴가 끝난후부터 오는 2월말까지도 별다른 "기운"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오는 6,7월까지 기다려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