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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빅뱅 '경영 패러다임 바뀐다'] (3) '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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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기업 몰려온다 ]]]

    "물건을 내놓으며 아예 외국인 투자자를 연결시켜 줄것을 요청하는 기업들
    도 많아요. "외국인 투자자도 꺼리지 않는다"는 단서는 기본이죠"

    한 M&A(기업 인수 합병) 중개업체 관계자는 요즘 M&A시장의 풍속도를
    이렇게 전한다.

    불과 한두해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운 광경이다.

    외국인은 고사하고 M&A 자체를 "강도짓"처럼 여기던게 일반정서였음을
    감안하면 실로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다.

    이는 곧 철밥통으로 여겨졌던 기업의 경영, 소유구조에도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경쟁력이 없는 소유주, 경영주는 시장경쟁의 논리에 의해
    밀려 나며 "경영의 경쟁력"도 이제 시장에서 평가받게된 셈이다.

    여기서 밀리면 경영자는 기업을 내놓아야 한다.

    그 시장은 한국에 국한된게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일본, 어느 기업이라도 한국기업의 새주인이 될수
    있다.

    M&A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영자에 대한 외부견제 기능을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국제 M&A"는 가족경영의 전통이 남아있는 일본이나
    독일등 유럽국가들에서도 이미 정착된 단계다.

    일본 5대 자동차업체인 마쓰다도 미국 포드의 손에 넘어간건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필연이다.

    환율급등, 주가폭락으로 1년전보다 75% 싼값에 한국기업을 내놓아야
    한다는게 너무 억울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게 냉엄하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시장에 기업매물은 쏟아지는데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내기업들은 인수여력이 없는게 실상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퇴출로는 문을 닫든지 외국기업에 넘기든지 양자간의
    선택만 남은 상태다.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제외하면 최근 2~3달새 이뤄진 굵직굵직한
    M&A건들이 거의 예외없이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였다는게 이를 반영한다.

    쌍용제지는 미국 P&G, 두산그룹의 음료사업부문은 코카콜라의 손으로 각각
    넘어갔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등 성역으로 여겨졌던 금융권도 외국기업 인수가
    구체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한화에너지, 만도기계 등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기업들은 단
    1곳의 예외도 없이 "외국업체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큰 혜택을 주더라도 자본을 끌어들여오지 않고는 위기를
    넘길 수 없는게 객관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금융기관, 부실기업은 물론 공기업을 외국인에게 파는 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는 주장도 나온다.

    개방화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환율이 뛰면 피해는 더 커지고 오히려 더욱
    나쁜 국부유출이 생길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 중요한지는 자명하다.

    이제 막연한 감정적 대응이나 한국식 경영을 고집할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외국인 M&A가 반드시 수치나 우려의 대상만도 아니다. 기업
    부도의 리스크를 국내에서만 지는 것보다는 외국이 들어와 적절히 분담
    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수 있다"(KDI 김중경박사).

    경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효율적인 경영을 촉진한다는 순기능도
    없지 않다.

    고용창출과 재투자만 보장된다면 외국기업이라고 꺼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다국적 기업은 말 그대로 다국적이다.

    미국기업이라도 한국에 오면 한국직원을 고용하고 한국 비즈니스를 확장
    하는 현지화의 길을 걷게 된다.

    "다국적기업들은 부의 착취보다는 해외 현지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재투자
    하는 순기능이 더 강하다. 대주주가 외국인일뿐이지 현지기업과 별반 다를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현대경제사회연구원 김찬진박사).

    외국기업들이 들어온다고 당장 한국주식회사가 몰락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기업의 세계에서 국적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있다.

    해외 자회사가 모회사를 선도하는 청출어람의 예도 적지 않다.

    최근 신문광고로 화제가 된 필라코리아는 그 좋은 사례다.

    "국내판매용 제품의 97%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회사, 지난 6년간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신발을 수출하는 산업포장 수상업체, 이런 기업이
    어째서 외국기업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느냐"는 윤윤수사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물론 당장은 우려되는 사안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한채 갑작스럽게 시장이 개방됐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있을수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경영권방어에 전력을 소모하느라 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될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정보통신등 군사, 안보까지 연결되는 정보인프라나 국내기간산업까지
    외국기업에서 가져갈 경우 국내 산업의 신경망이 손상을 입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제 개방화는 피할수 없는 흐름이다.

    M&A 물결속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말그대로 세계적인 우량 기업이 될
    것이고 파고에 밀려 사라지는 기업은 어차피 21세기 벽에 부딪칠 기업이다.

    막연한 거부감을 떨쳐버리고 "외국인 M&A"라는 시대적 필연을 한국식으로
    요리할 방법에 골몰할 때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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